도내 중소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제조물책임법에 대한 부담감뿐만 아니라 주5일 근무제 전면 시행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어 그 고통은 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과 중소기업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도내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인력난과 자금난이 겹쳐 최악의 경영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중소기업의 현황과 문제점, 활로방안을 집중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현황
현재 도내에는 18만8000여 중소기업이 있다. 그 가운데 소기업이 18만4000여 곳으로 97.6%나 차지하고 있으며 중기업은 4000여 곳이다.
이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2만1134개 업체이며 도매·소매업이 5만9425개 업체, 숙박·음식점업이 4만5696개 업체, 건설업이 4477개 업체에 이르고 있다.
특히 영세 제조업체의 경우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금 사정도 열악해 기술·설비에 대한 투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주5일 근무제가 지난 7월부터 금융권에서 실시되고 있고 관공서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전면 시행될 예정이어서 중소기업의 경영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자리는 있어도 일할 사람이 없다
도내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현상이 여전히 심각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 경남지회가 경영애로 요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50% 가량이 ‘인력 확보가 곤란하다’고 응답했으며 ‘투자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금이 부족하다’는 응답도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한 경남지방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인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대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대학 졸업자를 비롯한 고급 인력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할 것으로 보여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창원지역에서 기계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김모(45)씨는 “인력이 부족해 사람을 더 쓰려고 해도 선뜻 나서서 일할 사람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아직까지 실업자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일반 제조업체에서 힘들게 일할 사람은 없는 실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기존 인력들의 재교육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통한 최소 인력 운용이 최선의 방법으로 중소기업청이 시행하고 있는 정보화 교육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고급 인력들이 대기업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중소기업이 살아야 우리 나라 경제가 살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투자하려 해도 돈이 없다
중소기업체들도 인력난 극복을 위해 시설·설비에 대한 투자와 정보화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자금조차 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 추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자금 부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제조업 기술개발 활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술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자금 부족’이며 다음으로 ‘인력 부족’, ‘연구시설 부족’ 등이었다.
더욱이 이젠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을 통해 대출을 받던 중소기업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보증기관이 채무 기업을 대신해 금융회사에 빚을 갚아준 금액에 따라 금융회사별로 30%까지 차등화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신보와 기보 보증을 끼고 대출을 받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은 지금보다 더 높은 대출 금리를 물어야 할 뿐만 아니라 대출받기도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출연금 부담이 30%까지 차등화하는 만큼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추가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보증 대출을 주로 받는 중기업들은 0.5~1%포인트 안팎의 추가적인 이자 부담을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에서 견직업을 하고 있는 박모(36)씨는 이에 대해 “자금이 부족한 관계로 신용보증기관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고 있었는데 이젠 이자 부담으로 허리가 휠 판이다”며 “정부는 중소기업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 같다. 대기업 위주로 정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한숨을 내쉬며 하소연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가 살아나려면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한다. 우선 인력난에 자금난까지 겹쳐 최악의 경영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중소기업인들부터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경영 혁신과 기술 정보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또한 정부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입장에서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세워야 한다. 중소기업은 이론이나 자료에 의존한 지원책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직접 중소기업체 현장을 체험하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정책을 바란다.
더불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하며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고급 인력들의 의식 전환이 절실하다.
또한 중소기업의 자금난에 대해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 지원에는 한계가 있지만 중소기업이 자금·인력·기술에서 대기업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있음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재정 지원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경우 정부계 중소기업 금융기관이나 신용보증기관의 재원 조성이 일반으로부터의 예수금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출연금에 일체 의존하지 않고 거의 전적으로 재정에서 공급되고 있는 점을 참고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복잡 다양한 중소기업지원 금융제도를 통합 정비해 알기 쉽고 접근하기 쉬운 단순한 체계로 전환하고 중소기업 금융의 활용도와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대기업들도 경쟁력 있는 최고의 우수 협력 업체를 보유해 정예·전문·내실화를 기하고 이를 통해 협력업체의 지원·육성을 더 강화해 상호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것만이 무한경쟁시대를 함께 이겨나갈 수 있는 윈-윈 전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