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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로의 여행) 다솔사 솔숲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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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노라면 어느새 길동무되고... 몸과 마음의 휴식을 찾아 떠나보자.
잠시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대자연에 머물면서 대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곳은 산과 들이어도 좋고 계곡이나 강이어도 좋을 것이다.
시인 박재삼이 노래한 「천년의 바람」을 기억해내려고 애를 쓰면서 차에 올랐다. 다솔사로 가는 길엔 눈부신 황금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10월 중순. 아직 가을걷이가 끝나지 않은 들녘은 평화롭다.
평일인지라 산사 입구까지는 한산하다. 이름 모를 꽃들이 세상을 향해 가을 소리를 내고 있다. 절 입구에서 잠시 안내판을 봤다. 절까지는 0.5㎞.
절은 보이지 않고 소나무 숲이 길을 냈다. 차가 숲을 가른다. 대자연이 주는 무언의 소리도 갈린다.
하늘을 향해 제멋대로 뻗은 팔자 좋은(?) 적송들이 나그네를 맞는다. 수백년간 절을 드나드는 여느 나그네에게 한 것처럼 아무런 말이 없다. 숲이 주는 더 큰 침묵을 배우며 가을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숲의 바다는 두 갈래. 오른쪽은 오르는 길이고 왼쪽은 내려오는 길이다.
입구서부터 시작한 솔숲은 어느새 소나무와 전나무가 사이좋게 그들만의 우주를 이루고 있다.
『솔은 장수와 절개의 상징이다. 솔은 부질없이 오래 살아 허망하게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되 늠렬(凜烈: 위엄이 있고 당당한)하고 비수같이 매서운 지조의 상징이다.』
이곳 다솔사와 연이 깊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정동주의 소나무에 대한 헌사이다.
미당(未堂)도 소나무를 보면 약삭빠른 도피와 타협과 비겁을 자책하게 된다고 말했다.
소나무에 정신을 빼았겼다가 쫄쫄거리는 물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세월을 거슬러오르는듯한 개울의 물소리는 일순 상념에 젖게 한다.
이곳 다솔사 소나무 숲길을 거닐었을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이며 승려였던 만해 한용운(1879∼1944)과 소설가 김동리(1913∼1995) 등이 그들이다. 특히 김동리는 1936년부터 1940년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광명학원이란 야학을 세워 농촌계몽운동을 폈다.
바로 다솔사의 대양루가 수업장소였는데 경남지역에서 모인 청년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어느 날 김동리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가 절에 올라가 만해 일행에게 인사를 드리게 되는데, 주지 최범술이 베푼 다회에서 끓인 잎차가 다완에 부어지는 동안 만해는 중국 고승전에 나온다는 「소신공양」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후 다솔사로 낙향한 김동리는 1963년 단편소설 「등신불」을 내 놓았다.
김동리와 만해. 식민지 백성들에게 민족정신을 일깨웠을 조상들의 혼이 숨쉰다고 생각하니 솔 숲은 더욱 고즈넉하다.
수백년을 되풀이했을 숲속의 바람은 그칠줄 모르는데 일상의 때를 한꺼풀 벗겨버린듯한 홀가분한 마음으로 숲을 내려왔다.
여행 Tip 1다솔사
다솔사는 풍성한 절이다.
적송과 좀처럼 보기 드문 전나무 군락외에 울창한 대나무가 사찰주변을 감싸고 있어 삼림욕을 할 수도 있는가 하면 약수를 마실 수도 있다.
경내로 들어서면 대양루, 적멸보궁이 앞을 막는다. 적멸보궁은 특이하게 뒤쪽벽면이 뚫려 감 익는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목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적멸보궁 오른쪽에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1930년 중수한 응진전(應眞殿·경남도 문화재 자료 제149호)이 있는데 만해는 이곳에 머물며 수도를 했다고 한다.
등산코스가 좋아 해발 300m가 넘는 봉암산, 봉명산, 천왕산 등을 연결하여 국립공원인 다도해를 관찰할 수 있다.
절 왼편으로 등산로를 따라 30분만 올라가면 미륵암으로 통하는 보안암 석굴(도지정 문화재)이 있다.
순천방면 남해고속도로 곤양 IC에서 나와 우측으로 2.2㎞. 다솔사 (055) 853-0284
여행 Tip 2
다솔사 죽향(竹香)차
다솔사는 차가 유명한데 지금으로부터 약 7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다솔사 앞마을에서 태어난 주지 최범술(1904∼1979)이 이곳에서 60년 가까이 머물면서 인근에 자생하던 차나무씨를 받아 절 뒤쪽 비탈에 차밭을 넓게 일구어 일명 반야로(般若露)차를 만들어냈다.
적멸보궁 뒤쪽에 그 일군 차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 차나무는 성장속도가 빨라 다른 지역의 차나무가 움이 틀 무렵이면 여기서는 찻잎을 딴다.
5∼6년전부터는 현재 주지스님이 만든 죽향(竹香)차가 보급되고 있다.
녹차(세작)를 대나무 통에 넣은 뒤 숯불에 구워 차의 냉한 기운을 없애 특히 스님들이 마시기 좋다고 한다.
2002년 10월 24일 11시 19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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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