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 등 기억못하는 신종 건망증
“디지털 치매를 아시나요”


최근 디지털 기기의 기술발달로 휴대폰의 단축키 이용 등으로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등 신종 건망증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디지털 치매’, ‘IT 건망증’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30대 직장인과 주부들 사이에 디지털 기기없이는 간단한 정보조차 기억할 수 없는 신종 건망증이 확산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컴퓨터와 휴대폰, 휴대단말기 등 일상 생활정보를 대신 기억해 주는 기기들이 쏟아져 나온 뒤 이들 기기만 믿고 있다가 간단한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디지털 시대의 부작용이 점차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회사원 최모(22·여·진주시 유곡동)씨는 “최근 휴대폰을 바꾸면서 이전의 휴대폰을 반납해 입력했던 전화번호 70여개를 완전히 잊어버리게 됐다”면서 “단축키만 쓰다보니 가까운 친구들의 전화번호도 모르고, 어떤 때는 집 전화번호가 얼른 떠오르지 않아 당황했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강모(33·진주시 상대동)씨는 노래방 기계가 없으면 가사를 제대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한 곡도 없다고 한다. 강씨는 “10년 넘게 불러온 애창곡도 자신이 없다. 노래방 기계가 가르쳐 주는 가사를 따라 부르다 보니 생음악에 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또 전자계산기를 사용하는 습관이 들어 아주 간단한 계산마저 전자계산기로 재차 확인하게 된다”며 안타까워 했다.
요즘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이러한 경험과 증세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터이기에 인간의 기계 의존도에 대한 심각성을 방증하고 있다. 특히 이런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주소나 생일 등 평범한 정보는 물론 심한 경우 자신의 집 전화 번호조차 떠올리지 못하기도 해 일본에서는 ‘IT건망증’, ‘IT멍청이’라는 신종 질환으로 분류해 별도로 치료하는 병원이 생겨날 정도여서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면 간단하게 답을 얻을 수 있어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되므로 결국 뇌 기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또 “일반 치매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뇌 운동이 중요하다”면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의존치 말고 필요한 건 의식적으로 외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하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