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탐구영역 신설


실업계고 출신이 특별전형 등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면서 실업계 고교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에서 처음으로 ‘직업탐구' 영역이 신설돼 실업계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문이 넓어졌다.
국공립대 특별전형과 특기자 특별전형, 자격증 소지자 등의 다양한 대학입학 혜택 덕에 대학진학을 목표로 중학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도 실업계로 흘러 들어오고 있어 실업계고는 때 아닌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실업고의 아무개 교사는 “과거에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오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중학교 성적이 좋아도 실업계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현재 1,2학년의 대부분도 대학진학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업계고 출신 학생들의 진학률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대학진학에 불리한 실업고를 외면하면서 신입생 모집때마다 미달 사태를 빚어온 실업고를 되살리고 존폐위기에 빠진 실업계 교육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실업고들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직업탐구 영역의 신설과 함께 2004년 대입부터 실업고 졸업생의 4년제 대학 동일계열 정원외 3% 입학도 허용될 예정이어서 ‘벼랑끝에 몰린' 실업고 교육이 점차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지식기반사회에서 직업교육의 중심축이 고등교육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다 현실적으로 상당수의 실업계 고교 졸업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직업탐구 영역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2005학년도 수능에서 신설되는 직업탐구 영역은 85학점 이상의 직업계열교육과정 이수자만 응시할 수 있도록 제한되나, 직업계열 이수자가 희망할 경우 직업탐구 대신 사회탐구나 과학탐구 영역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실업고의 직업 전문교육이 대학진학 위주의 입시교육으로 변질되면서 ‘전문 직업인 양성'이라는 실업고의 기본 취지가 퇴색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 95년 전체 고교생 수의 42.2%인 91만1000여명에 달했던 실업고의 학생수는 올해 전체의 34.1%인 65만1198여명으로 감소했다.
신입생 미충원율도 99년 7.8%에서 2000년 8.3%, 2001년 7.5% 등으로 높은 상황이며 그나마 매년 약 5%의 재학생들이 중도 탈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실업계고의 본래 목적인 직업전문학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현장실습도 늘리고 자격제도도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실업고 학생들에 대한 15% 학비 감면 혜택도 최대 30%까지 올릴 계획이다.
현재 대입제도의 개선으로 실업계고는 실험대에 올라와 있다. 학벌 중심의 사회에서 대학 입시제도의 또다른 폐해로 남기보다는 직업교육과 고등교육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고급 기술 인력을 키우는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