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민 - 정당한 피해보상 해 달라
시공사 - 무리한 보상요구는 수용하기 힘들다


사천읍 우회도로 주민-시공사 팽팽한 대치


“공사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 뿐인데 생존권과 직결된 개인의 민원은 뒷전인 채 공사를 강행하려는 시행청과 시공사의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하는 사천읍 우회도로개설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정당한 피해보상을 해 달라는 주민과 무리한 보상요구는 수용하기 힘들다는 시공사측이 팽팽히 맞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천읍 우회도로개설공사는 지난 98년부터 사업비 784억원을 들여 사천시 정동면 화암리에서 축동면 배춘리를 잇는 길이 6.21㎞, 폭 20m의 4차선 도로로 삼정건설이 공사를 맡아 현재 4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변지역의 민원발생이 잦아 공사지연 등 많은 차질을 빚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집단민원은 해결된 상태이지만 일부 주민들과의 개인민원은 그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사천읍 구암리 김영주(55)씨와 정동면 화암리 최길상(47)씨의 경우가 보상문제로 인해 수년간 지루한 줄다리기를 해 오다 급기야 법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김씨의 경우 수십년간 생활의 터전으로 삼아 온 토지와 버섯재배사, 그리고 식당과 주택이 도로공사로 인해 편입되거나 영업을 할 수 없는 입장에서 이에 대한 정당한 피해보상금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소송을 제기해 3년간의 지루한 공방 끝에 지난해 말 1심판결을 받았으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이에 불복, 다시 항소로 이어지는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도로가 개설되지 않았으면 농사는 물론이고 버섯재배와 식당운영으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었는데 이로 인해 토지는 편입되고 버섯재배는 공해와 소음으로 더 이상 재배가 불가능하며 식당건물의 일부가 도로에 편입돼 영업손실은 물론 건물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어 자칫 생존권마져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당한 보상요구가 잘못된 처사냐”며 분개하고 있다.
또한 “보상금 지급은 물론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 주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하다 또다시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해 놓은 시행청이 민원해결은 뒷전인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보상과 관계자는 “김씨의 경우 법에 준하는 보상액을 제시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자신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수년간 끌어왔다"며 “1심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버섯재배사와 식당 등에 대해 영업보상을 해야한다고 판결이 났지만 사실은 영업보상을 해 줄 이유가 없고 실용보상만 하면 된다는 판단에 따랐으며 보상비도 높게 책정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공사재개는 있을 수 없다며 맞서고 있고 시행청 역시 2심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며 한 발짝도 물러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조기에 이 문제가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동면 화암리 최씨의 경우는 시공사의 무리한 발파로 인해 30여평의 주택이 심하게 균열이 되어 붕괴위기에 처해 있다며 시공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최씨가 살고 있는 주택의 기초부분은 물론 벽면과 내부 10여 곳에 3-5㎝의 틈이 생길 정도로 균열이 심해 언제 붕괴될 지 몰라 가족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부분적인 보수가 아니라 신축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시공사가 터널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발파로 인해 소음은 물론 진동이 너무심해 집이 흔들릴 만큼 고통을 받아왔으며 수년간 계속된 이같은 발파로 주택이 붕괴될 지경에 처해 있다”며 “시공사측은 보수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의 보상비를 지급하려 하고 있으나 주택의 모든 곳에서 균열이 발생해 부분적인 보수로는 근본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정건설 관계자는“최씨의 경우 도로공사를 시작하기 전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서에 따르면 주택에 이미 균열이 시작되고 있었으며 발파 등 공사로 인해 균열이 발생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부의 보수비가 지급될 수 밖에 없다”며 “새로운 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최씨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지만 법적인 한도내에서 보상금을 책정하고 지급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같이 사천읍 우회도로개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민원들이 원만한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수년을 끌어오면서 민원인의 경우 정신적인 고통은 물론 물질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시행청이나 시공사도 민원해결을 위한 시간낭비와 공기지연이라는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어 민원을 제기한 당사자도 자신의 주장이 무리한 것은 아닌 지 뒤돌아 보고 시행청 또한 법의 테두리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약자의 편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