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천 땅에서 태어난 한국 불교계의 큰 별인 부용선사, 우리 나라 불교계에 미친 업적을 널리 전파하기 위하여 꾸준히 부용선사의 행적을 연구하고 있는 사람이 있음은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신벽동 273-3번지에 소재하고 있는 기원정사의 주지스님이신 법타스님은, 임진란 때 의승장으로 활약한 서산대사의 스승이신 부용선사께서는 우리 사천땅에서 태어나신 분이지만 사천시민들에게는 그 명성이 너무도 생소한 사실에 대하여 항상 안타까움을 떨치지 못하여 쉼없이 연구하고 계시는데, 충분한 연구가 끝나면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지방자치단체에서 부용선사의 조사당(祖師堂)이나 기념관이라도 건립하여, 밀양의 사명대사나 산청의 성철스님과 같이 문화콘텐츠화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용스님이 지은 시는

空非悠悠憶少林 부질없이 소림만을 생각하다가
人遁裏髮到如今 터럭이 희게 덮인 이 지경에 이르렀네
毘耶昔日無聲臭 비야리의 옛일은 소리도 냄새도 없고
摩竭當年絶響音 마갈타국 부처님전법 음향조차 끊겼네

似机能防分別意 말뚝인양 앉았으니 분별망상 끊어지고
如痴必禦是非心 바보처럼 지내노니 시비 가릴 것 없어라
故將妄計飛山外 그런고로 헛된 생각 산 밖으로 날리노니
終日忘機對碧岑 하루종일 망상 잊고 푸른 산만 대하네


부용선사의 계보를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임제스님의 후손 석옥청공스님에게서 태고보우국사가 법을 받아왔고 다시 환암혼수 → 구곡각운 → 벽계정심 → 벽송지엄 → 부용영관 → 서산휴정으로 조계종의 법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승열전에 실린 부용선사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면 대강 다음과 같다.
서산대사의 스승인 부용영관(芙蓉靈觀 1485-1571)대사는 삼천포 사람이다. 스님은 조선 성종 19년(1485) 경남 삼천포 짚은개(주 ; 짚은개는 현 대포동 심포마을임) 마을에서 태어나셨다. 아버지는 원연(袁演)이고, 스님의 속명은 구언(九彦)이며, 법명은 영관(靈觀), 당호는 부용당(芙蓉堂)이다. 부용이란 연꽃을 말하는데 몸은 비록 세속에 머물러 있지만, 마음은 항상 서방정토에 가 있기 때문에 부용이라고 호를 썼다. 혹은 스스로 호하기를 은암선자(隱庵禪子) 또는 연선도인(蓮船道人)이라고도 했다.
스님의 집안은 대대로 미천하고 가난한 집안으로 내려왔다. 아버지 대에 이르러서는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고 있었다. 스님은 어려서부터 돌멩이를 세워놓고 부처님이라 하면서 모래밥 공양을 올리는 등 절놀이를 했다. 어느 때 괴상한 스님이 부모들 앞에 와서 “이 아이는 출세간에 뛰어난 인물이 될 아이인고로 출가시켜 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13세가 되던 연산군13년(1497) 어느 가을밤, 누구에게 이끌리듯이 집을 나와 정처 없이 출가입산의 길을 떠났다. 삼천포에서 30리를 걸어 사천(沙川)에 당도하여 돌아보니 집에 기르는 개가 따라오고 있었다. 스님은 개를 보고 “너는 돌아가 아버님을 모셔라. 나는 지금 출가하는 것이니 따라오지 말라” 하니, 개도 말귀를 알아들은 듯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스님은 길을 재촉하여 지리산 화개동으로 들어가 고행선자(苦行禪子)에게 중 되기를 원하여 3년 동안 행자생활 끝에 사미계를 받았다. 17세 되던 연산군 7년(1501) 신충법사를 찾아가 경전을 배웠고 위봉대사(威鳳大師)로부터 선지를 터득했다. 덕유산 구천동으로 들어가 9년 동안 용맹 정진하였고, 중종6년(1509)에는 경기도 용문산으로 들어가 조우(祖愚)대사를, 그리고 이듬해는 청명산 학매대사(學梅大師)를 찾아 뵙고 배웠다.
그리하여 경을 강론할 때는 마치 파도치는 바다와 같이 거침없는 언변이 나왔고, 선지(禪旨)를 논할 때는 마치 천길 낭떠러지와 같이 아득하여 그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1510년에는 금강산 대존암(大尊庵)을 거쳐, 다시 미륵봉 내원암(內院庵)에서 9년 동안 면벽 좌선했다. 이때 일체 말을 하지 않고 묵언(默言)을 하였는데 사람들이 무엇이라 물으면 손수 써서 벽에 붙여놓은 시를 가리키곤 했다.

중종23년(1530) 46세 때 문득 고향을 찾고 싶어 남으로 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삼천포 땅에 들어서니, 와룡산이 보이고 갯내음이 풍기는데 문득 한 노인이 소를 몰고 오고 있었다. 노인에게 “여기가 짚은개 입니까?” 하고 물으니 노인은 괴이쩍게 생각하면서 “그렇소만, 왜 묻는 것이오?” 하고 되물었다. “여기는 제 고향입니다. 아버님의 함자는 袁(원)자, 演(연)자이시고 저의 아명은 구언 입니다. 혹시 아는바가 없습니까?” 하고 묻자, 노인은 소 고삐를 떨구며 스님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이구 내가 죽지 않고 산 보람이 있었구나. 오늘에야 너를 만나보았으니 이젠 죽어도 한이 없다. 내가 너의 아버지다.” 하는 것이었다.
30여 년의 세월에 부자간에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부자는 그제야 서로 안고 통곡하면서 그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는 “네가 집을 나간지 30여 년, 아무리 알아봐도 알 길이 없어 네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죽지 않고 기다렸단다. 너의 어머니는 10년 전에 세상을 버렸다.”
부용스님은 아버지께 물었다. “누이 언시(彦始)는 어디 있습니까?” “네 누이는 네가 집을 나가자 문을 걸어 잠그고 눕더니 7일만에 개와 함께 죽었단다.” 스님은 비오듯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며 그 동안의 불효를 엎드려 절하며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의탁하고 있는 주인집에 가서 주인노인에게 인사를 올리니, “네가 구언이란 말이냐?” 하면서 백발 주인도 울었다.
주인은 감히 자리를 내주며 앉도록 하고 밤에 같이 잠자기를 청했다. 왜 중이 되었으며, 불가에서는 왜 출가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에 대하여 이야기가 오고갔다. 이에 부용스님은 인간세계의 무상함과 불교의 대승진리를 설하며 중이 한사람 나면 5족과 6친을 구원한다고 설법했다.
이튿날 아버님과 노인을 하직하고 지리산 화개골에 계시는 벽송지엄(碧松智嚴)화상을 찾아 길을 떠났다. 수일 후 당도하여 벽송대사 앞에 3배를 올리며 “스님의 법풍을 흠모하여 멀리서 왔아오니 받아주옵소서” 하니 벽송대사 말씀하시되, “靈(영)도 감히 올 수 없거늘 觀(관)이 어디서 왔단 말인가?” 하였다. 스승과 제자는 벌써 의기투합하여 스승의 가르침에 미망의 구름이 걷히고 은근히 서래밀지(西來密旨)를 전했다.
모신지 3년만에 벽송스님께서 열반에 들자, 부용스님은 위로부터 전해오는 법을 이은 전법제자가 되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62세손이요, 해동초조 태고 보우국사로부터 5세가 된다. 즉, 중국 임제종의 대종사 하무산 석옥청공(石屋淸拱)선사로부터 태고 보우국사가 법을 받아왔고, 태고의 법은 환암혼수가 이었으며, 혼수의 법은 구곡각운이 이었고, 각운의 법은 벽계정심이 이었으며, 정심의 법은 벽송지엄이 이었고, 지엄의 법은 부용영관이 이었다.
부용스님은 벽송의 법을 이은 후 황룡산, 팔공산(전북 장수)을 거쳐 말년에는 지리산 쌍계사, 대승암, 연곡사, 의신암 등에서 사시다가 선조4년(1571) 4월 14일 의신암(의신리는 쌍계사에서 20리를 들어가면 민박하는 동네로서 지금은 학교 터가 되어있고 의신암은 흔적도 없다)에서 세수 87세, 법랍 74세(72세?)로 열반에 들었다.

이 밖에도 부용선사에 대한 기록은 「선(禪)의 성서(聖書)」 「선(禪)의 발달사」 「경상남도사(하)」 등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