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 속으로 흐르는 강2


어머니 신새벽부터 놋그릇을 닦고 계신다
아버지 오늘 길 떠나시는 걸까
새벽 안개빛으로
점점 붉어지는 어머니 눈가
강이 흐르고 있다
윤 이월 열 이렛날
헛기침 앞세우고 사립문 들어서는 날부터
돌아갈 준비를 하시던 아버지
황사 묻은 아버지의 목도리에 얼굴을 묻고
어머니는 밤내 자지러들고
장다리꽃이 어둠을 허물 때마다
아랫목을 돌보는 어머니의 손끝에
먼 길 더듬는 아버지의 눈빛은
노상 흐리다
사랑한다는 건
울음을 안으로 키우는 일
어머니 신새벽부터 놋그릇을 닦으며
또 다시 숯 속으로 잦아들고 있다

김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