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조급한 마음 악용 사기 당했을땐 신고 필수

지난 2월 D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김모(23)씨는 한 채용정보 사이트에서 ‘대기업 제약회사 사무직 직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취업은 커녕 빚더미에 올라앉을 처지에 놓였다. 회사는 김씨에게 출근 첫날 390만원에 이르는 회사 제품을 구입해야 정규직으로 채용된다고 말했다. 불황기 대기업 사무 정규직에 채용되는 것이 꿈만 같았던 김씨는 월급으로 조금씩 갚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카드로 물품대금을 결제했다.
그러나 회사는 기본급도 없는 다단계 업체였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김씨가 환불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5일 내에 물건값을 계좌로 입금해 주겠다”고 약속한 뒤 7개월째 아무 소식이 없다. 수백만원을 떼일 처지가 된 김씨는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사회생활 하기가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취업난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구직자들의 조급한 마음을 악용한 취업사기가 판을 치고 있어 구직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채용정보업체 스카우트가 올 들어 구직자 46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8.5%가 ‘취업사기로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유형은 근로조건의 허위-과장 광고가 64%로 가장 많고, 이어 영업강요(20.3%) 채용을 미끼로 한 물품 강매(7%) 입사 보증금 요구(3.2%) 등의 순이다. 구직자들을 ‘두 번 울리는’ 취업사기 유형으로 가장 흔한 것은 ‘거짓말형’. 구인기업이 채용공고 시 밝힌 직종·고용형태·근로조건과 구직자가 실제로 방문했을 때의 조건이 다른 것을 말한다. 사무직 사원 구인광고를 올려놓고 막상 구직자들이 방문하면 영업을 강권하는 식이다. 보수가 터무니없이 높을 경우에는 ‘피라미드형’ 사기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주로 다단계 판매회사들이 이 같은 ‘뻥튀기’ 공고를 내보낸 뒤 기본급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강제로 회사 물건을 떠넘겨 판촉을 강요한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아르바이트 공고는 ‘취업보장형’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비싼 수강료의 학원 과정을 수료하면 채용한다는 등의 전제조건을 제시한 뒤 학원비만 갈취하는 형태다. 국내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해외취업을 염두에 두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해외취업을 알선하는 업체가 노동부 등록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취업사기나 허위-과장 구인광고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해당 회사 소재지의 노동부 산하 고용안정센터를 찾아가 허위 구인광고 담당자에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담당자는 관련 업체와 신고자를 출석시켜 사실을 확인하고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행정처분 하거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신체적인 상해나 금전적 피해가 클 경우 경찰에 사기 죄목으로 바로 신고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위법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관련 증거자료가 불충분하면 대부분 무혐의 처리되기 때문에 구직자는 만약에 대비해 관련 자료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