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예산편성지침서 삭제

행정자치부가 ‘정액보조 규정’을 전면 삭제한 내년도 ‘예산편성기본지침’을 내놓아 이른바 ‘관변단체’에 대해 해마다 해오던 조건 없는 일괄지원은 내년부터 없어지게 됐다. 행자부는 이와 함께 지원 대상 단체와 지원금액을 공정하게 자율 결정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마다 (가칭)‘사회단체보조금지원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지침으로 제시했다. 심의위원회는 지방의원·민간전문가·대학교수·공무원 등 15명 이내로 구성하되 민간인이 절반 이상이어야 하며, 단체의 실적과 계획의 현실성 등을 심사 기준으로 삼게 된다.
4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열린 시·도 기획관리실장회의를 통해 행자부의 ‘2004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기본지침’이 시달됐으며 도는 지난 6일 회의를 소집해 도내 20개 시·군청과 도청 관련 부서에 이를 전달했다.
이번 예산편성기본지침에는 여태까지 새마을운동단체·바르게살기운동단체·한국자유총연맹 등 13개 단체에 대해 적게는 800만원에서 많게는 8500만원까지 모두 수십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시·군이나 도에서 빠짐없이 지원하게 하는 정액보조규정이 삭제돼 있다. 대신 이들 13개 단체에 대한 정액보조금과 나머지 다른 단체에 대한 임의보조금의 총액을 한 데 묶은 사회단체 보조금 상한액만 적혀 있으며 이에 대한 처분 권한은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이처럼 정액 보조를 강제하는 지침이 사라진데다 “인건비 등 운영비 지원은 원칙적으로 안되고 주로 실제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도 관계자의 언급에 비춰보면, 공익 활동이 활발한 단체일수록 더 많이 지원금을 받을 가능성은 확보된 셈이다.
도 관계자는 “내년 예산에 단체별로 지원금을 예산에 올리려면 내달 안에 조례 제정과 심의위원 구성은 물론 심사까지 마쳐야 한다”며 “이는 전혀 불가능한 만큼 일단 상한액 전체를 예산으로 편성한 다음 내년 상반기 안에 심사를 거쳐 배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태까지 정액지원을 받아온 단체는 새마을운동단체·바르게살기운동단체·한국자유총연맹·한국예총과 대한노인회를 비롯해 소비자연맹·체육회·상이군경회·전몰군경유족회·전몰군경미망인회·대한무공수훈자회·지방문화원·광복회 등이다. 또 자치단체가 별다른 규정 없이 지원해 온 임의보조금은 경남도가 8억원, 시 단위는 2억8300만원, 군 단위는 1억7300만원으로 도내 전체 총액은 53억60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바르게·새마을과 자유총연맹 등에 대한 조세 감면과 공유재산 대부·양여, 공무원 파견은 물론 시책 협력 사업비 지원과 비영리민간단체육성법에 따른 지원금 등은 이번 정액보조 규정 삭제와 관계없이 계속된다. 이처럼 시민사회단체들이 형평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해 온 정액보조 규정이 일단 삭제됨에 따라 이른바 ‘관변단체’에 대한 포괄적 지원을 규정한 개별 육성법 존폐와 내용이 허술한 보조금 관리조례 개정 여부로 시민사회의 관심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