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입고, 안 먹고, 안바르고, 안 읽는다' 경기 위축과 가계 빚에 눌린 국민의 허리띠 졸라매기로 생필품이나 가전제품 소비가 작년에 비해 대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은행의 ‘2.4분기 중 주요 상품 품목별 소비 증가율 추이'에 따르면 육류, 채소와 커피.차.음료수 등의 음료품은 물론 의약품까지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소비가 줄었다.
2.4분기 중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 소비는 3.5% 감소했고 채소는 2.0%, 음료품은 3.4%가 각각 줄었다. 의약품 소비도 1.4% 감소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화장품 소비는 10.5%나 줄어 1.4분기의 마이너스 10.8%에 이어 큰 폭의 감소를 지속했고 주류 소비는 7.0%가 줄어 1.4분기의 마이너스 4.2%에 비해 감소 폭이 오히려 커졌다.
의류와 식기류, 가정용품은 물론 책 소비까지 줄어 허리띠 졸라매기가 생활의 전분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의류 소비는 1.4분기 0.7% 감소에서 2.4분기에는 10.4%의 대폭 감소를 기록했고 식기류를 포함한 가정용품 소비도 작년 동기대비 10.2%나 줄었다.
책 소비는 감소 폭이 1.4분기의 7.5%에서 두 배에 가까운 14%로 확대됐다.
승용차, 에어컨, 냉장고, 가구 등 고가 생활용품의 소비는 다른 생필품에 비해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승용차 소비는 1.4분기의 2.1% 증가에서 2.4분기에는 17.6%의 대폭 감소로 돌아섰고 냉장고와 가구 소비도 각각 23.6%와 7.2%가 줄어 1.4분기의 마이너스 19.9%와 마이너스 1.3%에 비해 감소 폭이 확대됐다. 에어컨 소비도 18.7%가 줄어 작년 3.4분기 이후 감소세를 지속했다.
작년 연간 기준으로 승용차는 소비가 15.8% 늘었고 에어컨은 5%, 냉장고 18.1%,가구 12.5%가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소비 위축인 셈이다.
무선전화기 소비도 2.4분기에 18.7%나 줄었고 DVD와 VTR 소비는 57.4%나 격감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 위기 이후 국민이 생필품성 상품 소비를 이처럼 광범위하게 줄인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하고 “경기 위축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 붙은 것도 원인이지만 직접적으로는 가계 빚이 불어난 데다 신용불량자 양산에서 보듯 은행과 카드사들이 돈줄을 죄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민들의 2.4분기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123조1천810억원으로 작년 4.4분기189조5천200억원, 올 1.4분기 158조9천520억원에 비해 각각 35%와 22.5% 급감했다.
올 상반기 중 은행 가계 대출은 14조4천억원이 늘었으나 작년 상반기의 35조6천억원이나 하반기의 29조1천억원에 비해 증가 폭이 크데 둔화됐고 대출 증가분도 대부분 부동산 투자나 기존 부채 상환 등에 사용돼 직접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