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번호표시 서비스 원가는 0원”

발신번호표시 서비스(Caller Identification Display Service)란 전화를 받는 사람이 전화를 거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확인하여 수신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 서비스는 수신자에게 걸려온 전화가 누구로부터 또는 어디에서 오는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여 사용자 편의를 높이고, 간혹 있을 수 있는 ‘받고 싶지 않은 전화’를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시작된 서비스다.
지난 2001년 5월에 도입된 휴대전화 발신번호표시 서비스는 서비스 도입 불과 2년만에 가입자가 1700만명에 육박할 만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이와 함께 최근 휴대전화 발신번호표시 서비스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무료화 요구 또한 들불처럼 번져 전국적인 시민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휴대전화 발신번호표시 서비스, 무엇이 문제인지, 무료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정리해 봤다.
△발신번호표시(CID) 서비스 현황
CID 서비스 요금은 2001년 시범 서비스 당시 정보통신부와 유·무선 사업자들이 유선전화는 월 2000~2800원선, 무선전화는 월 3000~3500원선에서 책정할 예정이었으나 시민·소비자단체들의 과도한 요금이라는 주장에 따라 유선의 경우 한국통신은 월 2500원(기업 2800원), 하나로통신은 월 1000원으로, 무선의 경우는 월 2000원으로 확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또 발신번호표시 서비스 가입자 수는 이동전화의 경우 서비스 개시 2년이 되는 올해 5월 1638만명으로 집계돼 이동전화 가입자의 50%가 CID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ID 무료화 소비자행동 네트워크’에 따르면 이러한 가입자 수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서비스 첫 해인 2001년에는 516억원이던 CID 매출이 2002년에는 1750억원에 이르렀고 2003년에는 5개월간 1273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매달 300억 정도의 매출을 올려 금년 한해에만 매출이 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동통신 3사가 CID 서비스를 위해 투자한 총비용은 SKT 502억원(2001년 382억원, 2002년 120억원)을 비롯해 대부분 400억~50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소비자행동 네트워크는 주장하고 있다.
CID 무료화 소비자행동 네트워크는 미국통신산업협회의 ‘CDMA 신호 표준기술’을 인용, 발신표시의 전달 경로에 대해 기본값으로 주어지는 기본정보라고 말하고 있다.
즉 발신자는 호출음이 들리기 전, 수신자는 벨소리가 울리기 전에 이미 기지국과 교환국으로부터 발신자의 전화번호 등 통화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전달받게 되는 기본정보라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방식의 통화에서는 매번 이루어지는 것으로 휴대전화에 시간표시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라고 한다.
결국 CID 서비스를 위해 이동통신 3사가 별도의 기술을 개발하거나 추가적인 설비를 갖출 필요가 전혀 없으며 CID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이동통신 3사가 들인 비용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가입자와 사용하지 않는 가입자를 구분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마케팅 비용 등이며, 이들 비용은 모두 CID 서비스 유료화를 위한 비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3사, 정통부
시민단체의 CID 서비스 무료화 요구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은 지난달 말 현재 2000원인 발신자표시서비스 이용요금을 오는 10월 1일부터 1000원으로 50% 인하하겠다는 내용의 이용약관 변경을 신청했다.
이에 정통부는 지난달 25일 SK텔레콤이 신청한 이용약관변경을 인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CID 요금 인하 주장에 대해 휴대전화 부가서비스 중 수익이 남는 1~2개를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수익서비스의 요금인하는 다른 서비스의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요금 인하에 대해 곤란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한편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최근 당정협의에서 “발신자표시 서비스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국가의 보편적 서비스이므로 부가서비스 개념에서 소비자에 대한 기본서비스 개념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올 하반기까지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우선 무선에 대해 인하 또는 무료화를 실시하고 추후 유선까지 확대할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동통신업계의 반발이 심해지자 “부가서비스 이용료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며 말을 바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