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로 도내 기업체와 개인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가운데 복구 자금 대출 등 지원책이 각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영세기업이나 상인들은 이러한 지원책을 이용하기 어려워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아 한숨만 토해내고 있다. 초창기 불편이 심했던 태풍피해확인서 발급은 중소기업청이 현장 발급에 나서는 등 제도를 개선하고 있지만 신용이나 담보 등 근본적인 대출 요건을 채우지 못한 업체가 많아 대출 상담만 하고 실제 대출은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또 은행 등 금융권에서 특별히 수해 기업에 대해 우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연 3%의 금리가 적용되는 정부의 정책자금의 2배 이상에 이르는 이자 부담에 영세상인들에게는 또다른 엄청난 빚으로 작용하고 있다.
◇담보의 짐
최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역 영세기업·상인들은 이미 운영자금 등을 충당하기 위해 기존 대출금을 지원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연체 등으로 신용에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상당수 있다. 따라서 복구 자금을 대출받으려 해도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신용으로 인한 대출도 가능하다고 표명하고 있지만, 이는 평소 신용관리가 확실한 일부 우량 기업체에 국한된 것일 뿐 대부분의 업체는 담보나 보증서가 있어야 대출받을 수 있다.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업체는 대출을 위해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서를 발급받으려 하지만 이마저 연체 등의 사실이 있으면 보증제한으로 분류돼 보증서를 받을 수 없다.
◇턱없는 지원 금액
보증서를 발급받는 등 자격 요건을 채우더라도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이 ‘쥐꼬리’라는 지적이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받은 도내 36개 업체가 신청한 금액은 총 27억원. 즉 중소기업 한 곳당 7500만원의 지원을 받았고, 경남·부산·울산의 76개 업체에서는 54억원으로 기업체 한 곳당 7100만원을 융자받는 것에 그쳤다.
총 494개 업체가 498억원의 상담을 한 것에 비하면 기업체들이 원하던 금액에서 30%는 축소돼 지원받은 것이다.
특히 영세 소상공인들은 5000만원으로 최대 지원금액이 한정돼 있어 “없는 것 보다는 낫지만 큰 도움은 안된다”는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