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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활력소가 된 내 사랑 사천 - 진주시 초전동 김 연 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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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이야기 수필공모 당선작 발표
사천시가 지난 8월 1일부터 31일까지 공모한 사천이야기 수필공모 당선작 중 최우수 당선작품을 지면으로 발표합니다.
‘어린애의 눈물은 아파서 흐르는 것이고 어른이 되어 흐르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이라고 말한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 인생에 있어 그리움이 없다면 그 삶은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지금처럼 물질문명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서 그리움은 세상을 살맛나게 하고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데 큰 활력소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마흔 한 해 동안 살아오면서 나의 마음 속에 고인 그리움 중, 가장 간절하고 진한 색깔을 지닌 것은 사천에서 생활한 7년 동안의 추억이다. 제2의 고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사천, 바닷가 작고 아름다운 도시인 사천에서의 추억이 지금 사천을 떠나와 있는 나에게 항상 그리움과 간절함, 그리고 삶의 윤활유로 다가온다.
사실 내 고향은 경상북도 달성군의 현풍이다. 내륙지방에서 태어난 나는 바닷가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 행운이 나에게 찾아왔다. 남편이 사천에서 교편생활을 하게 되어 꿈에도 그리던 바다와 함께 생활할 수 있었다. 경찰서 건너편 2층 양옥집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우리는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옥상으로 올라가면 물안개 자욱하게 머금은 앞 바다가 호수처럼 펼쳐져 있고 뒤를 돌아보면 박재삼 시인의 싯구와 같이 와룡산이 외갓집 울타리처럼 빙 둘러서서 작고 아름다운 도시를 지켜 주는 풍경을 보면 저절로 탄성이 솟아났다. 이를 때면, 사천에서는 태양이 아침을 여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반쯤 닫힌 듯 열려 있는 바다가 하루를 여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침 바다는 환상적이다.
미장일을 하시는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우리 부부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두 분 모두 체구가 크고 좀 우악스레 생겼으며 말투도 거칠어서 처음엔 전셋집을 잘못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차츰 사귀고 보니 더 없이 좋은 사람이었다. 아주머니께선 텃밭에서 나는 채소며 과일을 늘 2층에 사는 우리에게 나누어 주시곤 했다. ‘새댁 함 무 봐라. 맛은 없어도 약을 안 친기라 몸에는 좋을끼다'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은 퉁명스런 말투지만 깊은 신뢰로 다가왔다. 시장이나 외출을 할라치면 꼭 ‘새댁, 오이가네'하고 물어 오시던 아주머니, 그 넉넉한 품만큼이나 깊고 따뜻한 정이 지금도 너무나 그립다. 어쩌면 밖으로는 우악스럽고 거칠게 보이지만 그 속마음은 오랫동안 된장속에 묻어둔 고추처럼 맛이 깊고 아름다운 것이 사천 사람들의 실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자동차가 없었던 남편과 나는 주말이면 늘 자전거를 타고 구경을 다녔다. 주인 아줌마는 나를 ‘자전거 새댁'이라고 부를 정도로 나는 열심히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봄날 동림동 공동묘지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넘으면 산비탈엔 온통 매화가 우리 부부의 데이트를 축하라도 하듯 길가까지 나와 맞아 주었고, 논길을 따라가다 보면 닿는 모충공원에서 바라보는 봄바다는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 오후의 눈부신 햇살이 내려와 광지바다를 아름답게 수놓은 모습, 사천 사람이 아니면 결코 그 황홀함을 느껴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여름이 되면 우리 부부는 한낮의 더위를 피해 저녁 무렵, 어시장을 돌아 해변도로를 달려 대방 굴항과 실안 바다에 도착한다. 실안 바다의 저녁 노을, 두 사람만 보기엔 너무나 아까운 광경이다. 붉게 물든 노을이 바다에 얼비치면 바다엔 마치 천국으로 올라가는 무지개 사닥다리가 펼쳐진 듯 아름답다. 아하, 이래서 실안 노을이 ‘사천 8경'에 들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을이 완전히 바닷속에 가라앉으면 준비해 간 김밥을 먹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비해 너무나 조촐한 저녁 식사가 끝나면 어느새 이마 위엔 상현달 하나가 시샘이나 하듯 우리를 엿보고 있다. 이런 달밤, 실안에서 영복원, 송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 길섶엔 지천으로 핀 개망초꽃들이 우리 부부를 반긴다. 하얀 이를 드러낸 채 웃는 개망초꽃, 소박한 웃음이 곧 사천 사람들의 소탈한 성격을 닮아 있었다. 이처럼 작은 풀꽃 하나에도 사천의 정이 배어나는 듯해 사천을 떠나온 지금은 더욱 간절한 그리움으로 남는다.
날씨가 좀 쌀쌀해지면 우리는 자주 각산을 찾았다. 동림 마을 당산나무 밑을 지나 사천시민들의 식수 저장고 옆을 따라 각산에 올랐다. 그리 높지 않지만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그 운치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각산 봉화대에 이르러 사방을 바라다보면 온 세상이 모두 내 세상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각산 꼭대기에서 바라본 삼천포 앞 바다는 우리 집 옥상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점점이 떠 있는 섬을 징검다리 삼아 남해 바다를 건너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다. 옹기종기 앉은 섬들이 사천 사람들의 심성처럼 다정다감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로 여름철에 남일대를 찾지만 우리는 번잡한 시기를 피해 겨울에 주로 남일대를 찾았다. 이곳 역시 좋은 하이킹 코스다. 모례 마을 고개 하나를 넘으면 조개 껍데기 분말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그 모래톱에서 바라본 코끼리 바위는 우리를 한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 못하게 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시 산비탈을 타고 신향으로 돌아나오는 산기슭, 앞이 확 트이고 코끼리 바위가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곳이 있다. 정말 천하 일경이다. 그래서 고운 최치원 선생은 이곳을 두고 남해안에서 가장 빼어난 곳이란 뜻으로 ‘남일대'라고 이름을 붙였나 보다. 겨울인데도 산길을 넘어 온 탓인지 이마엔 땀이 송송 맺힌다. 그 맺힌 땀들이 우리 부부의 행복의 열매로 영글어 가는 듯해 더욱 흐뭇했다.
이처럼 사천은 4계절을 두고 두루 아름다움을 갖춘 빼어난 곳이다. 바다 또한 아직도 청정지역이다. 지금은 비록 사천을 떠나 이웃 도시인 진주에 살고 있지만 마음은 늘 사천에 닿아 있다. 사천은 나에게 있어 제2의 고향이자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추억들을 낳게 했으며 떠나온 지금은 그 추억들을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내 가슴속에 간직하게 한 곳이다.
며칠 전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와룡산 등반을 한 적이 있다. 남양으로 해서 새섬바위 민재봉으로 올라갔다. 정상에 올라 바라본 사천, 내가 사천에서 살고 있을 땐 몰랐는데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있었던가 라고 생각할 정도로 나를 감탄케 했다. 한 눈에 들어오는 삼천포 항구, 형제 자매처럼 다정하게 떠 있는 섬들, 그리고 올봄에 개통하여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우뚝 선 창선·삼천포대교의 모습, 남일대, 이 모두가 사천의 보배다. 여기에다 삼천포 12차 농악과 박재삼 시인의 문학 등 무형문화를 접맥하여 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한때 내 삶의 터전이었고 제2의 고향인 사천은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마련할 수 있는 관광지로 각광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나의 추억과 그리움 속에서 살아 있는 사천의 아름다운 풍경과 소박하고 따뜻한 인정이 지금껏 내 하루 하루의 삶이 힘들고 고달플 때 나에게 활력소가 되어 준 것처럼, 앞으로는 <관광사천>으로 발돋움하여 아름다운 사천을 찾는 많은 사람들, 나아가 전 국민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그리움으로 가슴 깊이 다가가고, 또 그들에게 사천 관광 자체가 하나의 삶의 활력소가 될 날이 오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2003년 10월 09일 11시 37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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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