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태풍매미의 상륙으로 놀랐던 지역 주민들은 추수를 채 끝내기가 무섭게 또다시 노랄 만한 사태에 직면해 있다.
“첨단 항공산업의 메카”라는 표현에서 확인하듯 우리 지역 산업의 상징이자 지역발전의 희망으로 여겨지는 한국항공을 대한항공에서 인수하겠다는 발표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한국항공의 주주사 중 하나인 대우종합기계의 지분 28.1%를 인수하여 유산증자 과정을 통해 지분율 50%를 넘긴 최대주주이자 회사의 실제 주인이 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태가 단순히 회사의 주인만 바뀌고 끝나지 않는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한항공은 ’03년 6월 기준 경상이익 266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한항공 항공산업본부의 항공부문 매출은 ’03년 1,800억으로 예상되며, ’04년 에는 1,000억원 이하로 급감하여 재무구조가 취약하며 자신의 부실화도 극심한 기업이다. 2003년 2월 2,300여명에서 불과 3개월 사이 600명을 감축하였으나 저조한 매출은 또다시 수백명 직원의 추가 감축을 부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부실한 기업 대한항공이 한국항공을 인수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자사의 취약한 재무구조와 자산의 부실화를 흑자 기업인 한국항공에 떠넘겨 결국 동반 부실화의 나락으로 떨어져 우리나라 항공산업 전체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기회 있을 때마다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노무현 정부의 의지도 무색케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지고있고 추가 인원감축의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항공 사천, 창원 공장에 떠넘겨 수 백명에 이르는 한국항공 직원들의 생존권을 박탈할 것이며 이것은 사천지역 인구 유출과 세수감소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재벌이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기업인지는 지난 10월 19일 발생한 한진중공업 노조지부장 김주익(40세)씨의 자살 사건으로도 알 수 있다. 회사와 임원들은 2백48억의 배당금을 받아가면서 동종업계 대비 월 20~40만원이 낮은(21년 근무자의 기본급 105만원) 통상임금을 강요받던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대해서는 손배소와 가압류라는 가혹한 노동 탄압으로 결국 노동자 대표를 자살로 몰고 간 부도덕하고 악질적인 기업이다.
한국항공 인수설로 한국항공 직원들과 사천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한항공에서는 대량감원이나 본사이전 등 지역에 불이익이 돌아가는 조치는 없을 것이라며 민심을 달래려 하나 우리는 그동안 한진 재벌이 보여준 기업문화와 노사문화에 비추어 믿을 수 없다.
우리는 또한 이처럼 노동착취와 탄압을 일삼고 부실한 대한항공이 흑자회사인 한국항공의 인수과정에 정부의 주무부처인 산자부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올 초부터 산자부는 “주인을 찾아준다”는 논리로 한국항공 주주사와 채권단에 종용과 압박을 가하다 주주사와 채권단의 반대에 부딪히자 사실상 정부기관인 산업은행이 주채권 기관으로 있는 대우종합기계에 압력을 가하여 대한항공 지분양해 각서를 체결하게 한 것이라 한다.
산자부는 장,차관도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나 우리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산자부는 정확한 진실을 사천 지역민들에게 밝힐 것을 촉구한다.
수입개방으로피폐해진 농업과 바다오염으로 내리막길을 걷고있는 사천지역 경제를 감안할 때 한국항공이라는 회사가 주는 지역적 지명도와 거기에 종사하는 2천5백여 임직원과 일만여 임직원 가족들이 부담하는 세수와 소비활동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측면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선거철마다 지역 정치인들이 무엇을 내세워 왔는가?
바로 사천을 첨단산업단지로 항공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것 아니었는가/
그들의 공언이 사실이었다면 현재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항공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우리 사천민주단체 협의회는 한국항공 직원들이 펼치는 대한항공의 한국항공 지분인수 음모 저지 및 생존권 사수 투쟁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바이다.
2003. 11. 12 사천민주단체 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