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과 날씨, 절기와는 상관없이 앞 다투어 피는 각양각색의 꽃들을 보면서 봄이라는 걸 느낍니다. 이렇듯 봄은 우리에게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어디를 보나 살아꿈틀대는 생명들입니다. 우리도 저 풀이나 꽃들 못지않게 정말 앞다투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요즘도 전 문구점에 볼 일이 있어 들리면 예쁜 편지지와 편지봉투가 진열된 곳으로 가서 서성거리다가 아무런 대상도 목적도 없으면서 맘에 드는 것을 주섬주섬 몇 장 골라 계산대에 올려놓는 버릇이 있습니다. 물론 다들 이메일이 있어 컴퓨터로 날리기도 하지만, 가끔은 깨알같은 글씨에 마음을 담아서 우체국으로 가 손수 우표를 사다 붙여서 전하는 편지의 설레임이 그리워서이기도 합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추억이지요.
그런데 세상이 참 많이도 변했습니다. 관공서는 물론이고, 아이를 데리고 가까운 소아과를 찾아도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아이 이름을 부릅니다. 의사는 청진기를 대충 한 번 문지르고 귀에 꽂아 둔 채 눈은 컴퓨터 화면 보고, 손은 마우스에 두고 겨우 입으로 한 두 마디하면 끝입니다.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서글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의 눈빛과 표정을 살펴보고 이곳 저곳 상태를 만져 보기에도 빠듯한 시간인데 말입니다. 전 커가는 아이들을 보아도 자꾸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요즘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글을 쓰려고, 그 놀이이 방법이나 순서, 규칙, 재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꽤 재미있는 수업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전 하다못해 딱지치기, 공기놀이, 구슬치기, 인형놀이, 공차기… 등 아주 단순한 놀이라도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열에 여덟 이상은 크레이지 아케이드, 스타크래프트, 메이폴 스토리, 바람의 나라를 비롯한 컴퓨터 게임이었습니다. 다른 거는 없느냐며 자꾸 유도해봐도 즐겨하는 놀이는 컴퓨터 오락 말고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거는 다 재미없고 시시하다는데 더이상 할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거라도 공책에 자세히 정리해 보자고 하고 수업을 마쳤습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컴퓨터에 미쳐 있는 아이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게임과 폭력을 즐기며 점점 흥미에만 빠지는 가벼운 사람이 되어 가겠구나. 저들이 어른이 되면 더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가상세계로 도피하게 되겠구나.’하고 말입니다.
외부동력만 끊어버리면 깡통에 지나지 않을 컴퓨터와 혼자서 고독하게 몇 시간이고 마주하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말하는 아이들. 그것은 열림이 아니라 막힘이고, 나눔이 아니라 빼앗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몸으로 깨닫는 앎과 머리로 깨닫는 앎이 결코 같이 않는 것처럼 몸을 움직여 얻는 정보와 글자로 얻는 정보도 다르지 않을까요.?
더 깊고 따뜻한 눈으로 사람을 보고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그런 일에 우리 모두가 마음을 써야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신나고 재미있는 글쓰기학원장 장 을 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