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성귀가 나오면서부터 근 두달 남짓 봄나물을 밥상에 올렸습니다. 들깨가루 풀어 쑥국도 끓여 먹고 참나물이며 취나물, 미나리… 그리고 일주일에 두번씩 친정에 다니며 머구잎을 뜯어 날랐지요.
밥상에 앉아 나물을 먹으면서 내내 나물을 독특한 맛과 향기에 취했습니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클때는 산나물, 미나리, 쑥갓을 냄새난다고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든다는게 참 이런거구나 싶습니다. 다 먹고 나서도 자꾸만 그 향기가 내 몸에 배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참나물이나 취나물의 맛과 향기를 가장 좋아하지만, 머구나물의 쌉쌀하면서도 독특한 맛과 향기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무엇이든지 자연에서 나는 것은 그렇게 맛도 향기도 더욱 진하고 좋은가 봅니다.
몇해전에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존라빈스)>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늘 책을 가까이 두고 읽기를 즐겨하지만, 이 책은 다른 책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존 로빈스는 엄청난 재산 상속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육식도 거부했습니다. 돈이 사람들에게 꿈이고 희망이요, 사는 목표가 되어버린 세상에 참 드문 일이지요. 아마도 존 로빈스에게는 재산을 포기하고 고기를 포기하면 더 좋은 세상과 더 즐거운 인생을 살게 되리라는 믿음이 있었겠지요.
그가 고발한 닭장, 돼지우리, 소장은 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한지... 이렇게 까지 진행되어진 이유는 딱 하나, 경제성이지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없다고 하니 요즘 문명이나 과학이란 게 이익과 경제성만 내세우면 모든 게 다 통하는 아주 못돼먹는 세상을 가리키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존로빈스 같은 사람이 있다니 참 위안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들 중에는 우리의 식습관이 자신의 건강만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활력과 세계의 건강,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행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존 로빈스는 「먹는 것은 즐거워야 한다. 축복이고 생명과의 친교여야 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의 정보는 여러분에게 전혀 새로운 의미의 먹는 즐거움-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멋진 건강을 덤으로 제공받는, 그윽하면서도 신바람 나는 즐거움-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공해 줄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저는 반찬이 없다고 투정부리는 아이들을 위해 햄을 굽고 계란후라이를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립니다.
소박한 밥상은 그저 꿈일까요?


신나고 재미있는 글쓰기학원장 장 을 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