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리농사가 작년과 달리 풍년을 기록하는바람에 수매량을 줄여가야 하는 농정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작년에는 보리도 쌀 등 대부분 농작물처럼 저조한 작황으로 수매량을 채우기조차 힘들었으나 올해는 생산량 증가로 농민은 물론 지자체 등까지 나서서 수매확대를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농림부에 따르면 올해 보리 생산량은 수확기인 지난 6월 조사에서 약 24만9천206t으로 작년의 22만219t에 비해 13.2%가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종류별로는 주로 보리밥용으로 쓰이는 쌀보리가 11만9천546t으로 작년 8만8천362t에 비해 35.3%나 증가했으며 엿기름 등 용도로 쓰는 겉보리도 3만8천197t으로 10.4% 늘었다. 다만, 맥주보리는 9만1천463t으로 6.0% 줄었다.
그러나 정부의 수매안에 반영된 보리 수매량은 쌀과 마찬가지로 줄어 쌀보리 7만7천338t, 겉보리 3만2천592t, 맥주보리 9만t 등이며 이에 따라 쌀보리의 공급과잉이 가장 심해졌다.
특히 쌀보리는 전남과 전북지역의 생산량이 11만415t으로 92.4%를 차지, 지역문제화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전남 나주, 무안, 전북 김제, 정읍 등지의 농민들은 시.군청이나 도청앞에 보리를 쌓아놓고 농성하는 야적시위를 벌였으며 박준영 전남지사는 수매물량 배정방식의 변경을 직접 농림부에 요청하는 등 지자체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일부 농민단체는 남는 보리를 특별수매해 북한에 지원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수매량 확대요구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그러나 보리 수매에서 밀렸다가는 쌀 수매 때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는 국내외 가격차를 줄여 향후 추가적인 시장개방폭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수매가 4% 인하 등을 담은 쌀과 보리 수매계획을 정부안으로 확정,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이나 농민들과 농촌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