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일대 멸치잡이업계가 법정 출어기에도 불구하고 아예 출어를 포기하거나 조업에 나섰던 선단마저 회항하는 사태가 속출하면서 20여년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6일 통영의 기선권현망수협과 어민들에 따르면 멸치잡이업계는 지난 4월부터 3개월간의 금어기가 끝나고 지난 1일부터 법정출어기에 접어들어 통영과 마산에 선적을 둔 어선들이 53개선단(1개선단은 어선 4~6척으로 구성)을 꾸려 통영 앞바다 등지에서 본격 조업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21개선단이 아예 출어를 포기한 가운데 출어했던 상당수의 선단도 조업을 포기한 채 빈 배로 되돌아오기 일쑤여서 멸치 수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이처럼 출어를 포기하는 것은 출어시 1개선단에 소요되는 경비가 유류대와 인건비 등 하루평균 600만~700만원을 웃도는 실정이지만 어획량은 턱없이 적어 엄청난 경비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예년에 비해 올해는 아직까지 어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어획량이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가 윤년인 데다 멸치의 최대 회유적지로 알려진 통영 욕지도 부근의 해양생태계가 크게 변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와 어민들의 주장이다.
기선권현망수협 관계자는 '어군이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은 올해가 윤년인 탓도 있겠지만 욕지도 부근 해역에서 바닷모래 채취작업이 강행되는 바람에 멸치의 회유와 산란지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통영 욕지도 부근 해역의 상층부 수온은 멸치서식에 적합한 22~23℃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하층부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온대가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선권현망수협은 올해 멸치의 위판목표액을 지난해 보다 45억원가량이 증가한 총 770억원으로 책정해 놓고 있으나 출어포기 및 어획량 부진 등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