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신문 왜곡하는 지역신문법 』 ``외부 자문위원회 구성에 대해 지원이라는 조건은 편집권 침해소지
서울중심의 교육환경, 수도권과 대도시중심의 개발로 인한 기업 환경에서 지역(지방)은 돈도 없고 인재도 없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는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역 空洞化 (공동화)현상은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나가면서 더욱 심화됐으며 이는 지역 共同體(공동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지역언론은 생존자체가 힘든 구조로 치닫고 있다. 이는 ‘지역’을 더욱 소외시키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잘사는 동네보다는 살고싶은 동네로 만들려면 사람과 돈이 몰려야 하는데, 근본적으로 이런 조건이 만들어지지 못한게 우리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린 현실이다. 지역으로 눈을 돌리지 못한 정책입안자들이 있었고 지역현실에 대한 연구와 정책적 배려가 없었다. 돈만 보았고 경쟁과 효율만 생각했지 공동체와 농업과 풀뿌리 자치, 생활형 정치에 대한 믿음과 실천이 부족했다.
중앙집중을 통한 ‘빨리빨리’ 근대화 산업화 정책이 농업과 농촌을 포기하게 했고 떠나게 했다. 자녀교육을 위한 도시로의 탈출을 재촉했다. 더군다나 개발독재 정부에게는 지방자치와 지역언론이 귀찮고 성가시고 시끄러운 존재에 불과했다. 근대화 개발독재과정에 지방자치가 생략된 것도 건강한 지역언론이 자리잡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80년 언론통폐합과 일도일사(一道一社) 원칙이 지방언론의 토착적 병폐를 근절시키지 못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의 공동체 문화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여전히 걸음마 단계일 수밖에 없는 여러 원인중 하나도 지역신문의 자생적 자발적 발전모델이 빈약해서 일수도 있다.
행정수도 이전만 하더라도 그것이 지배층의 세력교체이며 기득권의 포기정도로만 인식하는 정치 집단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현실이다. 불균형된 지역발전을 시정하고 왜곡된 정치경제구조를 개선하는데 있어 국토균형발전과 분권정책은 타당하다. 지역이 사람도 없고 돈도 없는 공동화현상에서 지역의 특화산업이 선택과 집중을 거쳐 제대로 발전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기업이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우리의 시선을 넓힐 필요도 있는 것이다. 다만 균형발전과 분권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자치단체의 연대의식과 균형잡힌 시각으로 톨레랑스적인 접근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기적 갈등과 양보없는 기득권 집착으로 정쟁을 통한 이득만 생각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다행히 분권정책과 균형발전 정책이 집권층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지역을 균형발전시키겠다는 총론에 동의하지만 정책적 내용과 제도적 준비가 미흡해 보완해야 할게 적지 않아 보이는게 문제이긴하지만.
지난달 22일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하 지특법)이 발효됐다. 지특법은 주간 지역신문과 지방일간지에 대한 경영안정을 위한 재정지원뿐 아니라 질적 발전을 위한 교육 연수 및 연구활동에 대해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지역신문과 관련돼 있는 종사자가 2~3만여명을 넘는 상황에다 지역신문이 지역여론과 정책,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를 놓고 볼때 지역신문 문제는 언론기업으로서 ‘쓰러져 사라지는’ 현실을 넘어서 그것이 지역정치와 맞물려 있고 유기체적 생물(살아있는 존재)이라고 한다면 지역신문의 생존 위기는 ‘지역枯死(고사)’라는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지특법 시행령이 발효됨으로써 주간 지역신문 뿐 아니라 지방일간지들은 경영 안정을 위한 재정지원 뿐 아니라 교육 연수 등을 지원받게 된다. 입법취지가 그렇듯 지역신문의 양적 질적 성장이 기대된다.
지특법 발효로 지방일간지 및 지역신문에게는 앞으로 6년동안 매년 100억여원(추정)이 재정안정 및 언론인 연수 등 목적으로 지원될 것이다.
지특법에서 정하고 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국회와 정부, 언론단체 등 3개 기관 단체에서 추천하는 위원들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지역신문 발전계획 및 정책을 수립-정책을 평가하고 기금조성과 운용계획, 지원대상 지역신문 등을 심의하는 등 지역신문과 관련한 전반적 기능과 권한을 모두 갖는 독립기구다. 사실상 문화관광부의 지역신문 정책과 법안 발의, 예산 계획과 집행 등 총괄업무를 맡는데 정부로부터의 독립기구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위원회에는 전문위원을 두는 소위원회도 구성 운영함으로써 지역신문에 대한 모든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금운용에 대해 감사원과 한국은행의 통제를 받게 돼 있어 회계투명성에 대한 보장장치도 마련돼 있다.
이번 지특법은 언론개혁진영에서 논의하고 있는 언론개혁 입법 요소를 많이 담고 있다. 지역신문 지원에 대한 우선 지원 기준으로 ▲편집규약을 시행하는지 여부 등 편집권 독립 ▲주식 소유지분비율 ▲언론인 윤리강령 준수 정도 ▲계도지(지방자치단체 홍보지) 판매여부 ▲ 시민단체인사나 지역인사 등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지 여부 등 별도 조항을 둠으로써 “개혁을 전제로 지원하겠다”는 입법목적을 충분히 구현하고 있다.
새로 제정된 지특법은 이같은 언론개혁적 요구 사항을 준수하고 있는 신문사에 대해 배점을 높게 줘 우선 지원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을 주요 근간으로 하고 있다.
지역신문들의 열악한 현실에서 근무하는 언론노동자들에 대한 근무환경에 대한 철저한 근로감독 기준 준수도 지원 기준에 포함시켰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 4대보험에 대해 1년이상 납부의무를 다한 언론사에 대해 우선 지원대상으로 포함시키겠다는 명문 규정은 오히려 열악한 지역신문(지방일간지)들의 현실을 웅변한다.
그러나 우선 지원기준 항목에는 열악한 지역신문 언론환경을 빌미로 오히려 언론자유와 지역여론을 왜곡할수 있는 조항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지역신문은 소수의 제작진에 의해 신문이 발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편집진과 경영진이 분리되지 않고 운영되는 신문사가 있는가 하면 별도의 경영진을 두지 않고 기자 등 취재-편집진에 의해서만 운영되는 신문사도 있다. 이같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령에 별도 조항을 두어 편집과 경영이 분리되어 운영하도록 하고 별도의 편집규약을 두도록 하고 있다. 또 지역여론을 신문제작에 적극 반영토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민단체와 지역인사가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두어 외부인사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부분이다. 외부 자문위원회를 굳이 명문화해 강제적 규정을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다. 이는 외부 인사의 신문제작의 관여를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편집권 독립조항과 상충할수 있다. 신문사 편집 제작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것이 편집권 독립과 무슨 관계 있는가 하고 반문하겠지만 편법은 언제나 존재하고 그것이 법의 좋은 취지를 왜곡한다면 오히려 강제성을 띈 명문화된 규정(우선 지원 배점기준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원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강제하게되는 효과가 있다)은 개악적 요소로 바뀌게 된다.
또 이같은 지역언론에 대한 강제성 규정은 오히려 ‘지역신문들이 지역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고 편집제작진이나 경영진이 일방적 신문제작을 통해 지역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어 지역언론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엿보게 한다. 이런 조건이 중앙일간지나 방송사에대한 언론지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묻지 않을수 없다.
외부인사의 제작참여가 본 취지에 맞지 않게 오히려 지원받기 위해 형식적 자문위원회로 구성될 위험도 있다.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다양한 인사가 참여하는 형식이 아닌, 예를들면 경영진이나 발행인등과 친분이 많은 편향된 인사로만 구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역여론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 등 입법취지를 살리자면 예를들어 “지역여론을 수렴하는 노력”여부(또는 정도) 등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했어도 충분히 가능할수 있는 조건이다. 지역여론을 수렴하는 방법은 자문위원회 말고도 여론조사나 토론, 모니터 활동 등을 통해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고 이즈음에는 시민기자나 독자기자를 활용하는 지역언론사도 많아지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굳이 자문위원회라는 강제 조항을 둔 것은 지역신문에 대한 편견과 불신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역신문이 열악해도 건강하고 바르게 크고자 하는 지역언론이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올바른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고 유도하겠다는 입법취지라면 언론자유와 편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왜곡된 지원법은 오히려 지역신문의 왜곡된 발전을 초래할수 있다.
한국지역신문협회 연합
www.newsk.com 2004년 10월 07일 11시 31분 / 사회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