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박영수 전서울시장님 1주기에 부쳐 -

하늘나라로 돌아가신 故박영수 전 서울 시장님의 명복을 빌면서 삼가 1주기를 맞아 영전에 추도의 정(情)을 글월로서 올립니다.
참으로 님의 77년 간의 상애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온갖 시련과 질곡(桎梏)을 한 몸으로 이겨내신 큰 발자취를 지금에 와서 되돌아 볼 때 정말 우리나라의 큰 인물이었습니다.
파도가 넘실대는 조그만 포구였던 삼천포의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암울했던 일제시대에 태어나시어 난마와 같은 해방조국에서 정부수립 이후 청운의 뜻을 품고 처음 군에 입대하여 우리 민족사의 비극인 6.25전쟁을 몸으로 막으려 참전하셔 비 오듯 퍼붓는 포탄 속에서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던 천운은 일선 지휘관으로서의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을 발휘할 수 있는 품성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교육과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서 「첫 새벽에 산지당(山池堂) 깨끗한 물에 목욕하시고 정화수 한 그릇 장독대에 올려놓고 북두칠성 신령님께 정성으로 기도하며 자식 잘돼 달라고 애절히 간구하신 영험이 뒷받침되었다.」고 평소에 어머님의 정성을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5.16이후에는 현역 장교로 강원도, 경남도 경찰국장을 역임하였으며 군 예편후에는 부산시, 서울 시경국장, 내무부 치안국장, 대통령 비서실 특별 민정반장을 하셨고 다시 내무부 치안국장을 두 번 역임하였습니다.
뒤이어 내무부 차관을 거쳐 1971년 6월 당시 부산직할시장으로 금의환향하여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을 역동적인 대 항구도시로 건설하는 데 온 힘을 쏟아 부었습니다.
제일먼저 님은 6.25전쟁이후 피난민 집성촌인 영주동, 대청동 고지대 일대의 무질서하고 불량한 판자촌을 전면 철거하고 반송동으로 이주시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셨고, 철거지역은 현대식 주택 건립으로 부산의 면모를 탈바꿈시키기도 했습니다.
1982년 서울시장 재임 시에는 독일 바텐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88년 서울시를 개최지로 결정하는 순간 두 손을 높이 들고 하늘이 무너져라 환호하시던 그 모습은 한편의 감동 드라마였습니다. 그때의 감격을 뒤이어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후 주택공사 사장, 대통령 비서실장, 대한무역공사 사장을 거쳐 4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일반 시민의 자리로 옮겨 앉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공인(公人)으로서 삶은 청렴을 바탕으로 올바르게 산다는 것이 인생의 신조로서 일관된 삶이었습니다.
님은 평소에 즐기시던 담배와 함께 상념에 사로잡혀 삶과 인생을 반추하시면서 오로지 올바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신 참 선배의 곧은 자세로 학처럼 고고하게 사시면서 이 시대 참된 행정관으로서의 의무와 소임을 다하였습니다.
그러나 즐겨 피우시던 담배의 해독으로 인하여 천식질환으로 모진 병마와 싸우시게 된 때에는 인생무상을 탄식하시기도 하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누구보다도 고향을 사랑하시어 구.삼천포 경찰서 이전 신축공사, 삼천포 소방서 신설, 구 사천군 청사 이전 공사, 사천읍 시가지 국도 확장사업 등에 행·재정적 지원 등으로 고향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시고 생전에 그처럼 가고파 하시던 고향을 다시 밟을 수 없는 안타까움에 눈시울을 적시며 실안마을 서쪽 하늘에 붉게 물든 노을과 외갓집 울타리 같은 와룡산의 정기를 말씀하시던 그 호연지기와 살아생전 남해·삼천포대교의 준공을 애타게 기다리시던 고향 사랑하시던 마음!
평생 어려우면서도 남에게 폐 끼치기를 싫어하시고 베풀기를 좋아하시던 님이시여!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은혜에 항상 감사하시며 사셨던 님이시여!
님과 함께 삶의 기쁨을 나누며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심은 오늘을 사는 보람과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여기에 선 우리 후손들은 성실하고 고귀한 뜻을 이어받아 사랑으로 당부하신 유지를 이어 가겠습니다.
부디 하느님 곁에서 영원히 안식하실 것을 염원하오니 감응하여 주옵기를 삼가 고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