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을 둘러싼 제도의 변화는 건설업계에 큰 파장을 미친다. 올해도 계약제도 등 각종 제도가 변신을 거듭했고 그 파장은 고스란히 업계에 넘겨졌다. 올해 바뀐 계약제도는 공공과 민간부문을 둘 다 죽였다는 악평을 받은 반면, 규제개선은 건설산업발전을 앞당겼다는 호평을 받았다.
계약제도의 큰 변화는 공공공사 부문의 최저가 낙찰제 확대이다. 최저가격 낙찰제가 500억원이상 사전적격심사(PQ)공사로 확대돼 건설업체의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켰다는 것.
이에 따라 건설수주는 급감했고 기성액 증가도 갈수록 둔화돼 마이너스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민간부문에서 줄어든 수주물량을 만회하기 위한 대체시장인 공공부문의 수주목표를 상향조정했다.
또 저가투찰을 방지하기 위해 저가심의제도를 도입했지만 최저투찰사의 투찰률이 예전과 다를 바가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적격심사기준의 개정에 따라 경영상태 평가항목에 영업기간이 도입돼 기존 업체와 신규업체의 차별화가 이뤄지고, 신규업체의 증가를 막는데 일부 영향을 미친 제도도 있었다.
또 올 들어 적용된 부대입찰제의 폐지도 건설업체에 입찰의 자율성을 보장했다는 측면에서 공공건설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올해 초 일어난 자재파동은 지난 4월 국가계약법시행령과 회계예규의 개정을 이끌어냈다. 원자재 가격급등이 발생했을 때는 계약일로부터 60일이내라도 계약금액의 조정이 가능하고 원자재가격 급등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저가격 낙찰제 확대는 시기가 적절치 못했으며, 민간부문이 죽으면 공공부문이라도 살려 건설경기를 유지해야 하는데 정책은 민간과 공공 모두를 꺾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계약제도와는 달리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한 규제개선은 건설산업의 발전을 앞당기기도 했다. 새로 개정된 건산법에는 건설업 관련 제도와 관행을 국제기준과 시장원리에 부합하도록 개선해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일반건설업자가 20억원이상 공사를 도급 받을 경우 20%이상을 전문건설업체에 의무적으로 하도급을 주도록 한 의무하도급제를 2008년 1월1일자로 폐지하도록 했다.
또 공공공사에 대해 그동안 임의로 운용해온 하도급저가심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강제했으며, 공공공사 설계변경 등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내용을 하수급인에게 통보하도록 해 불공정 거래관행을 방지하기도 했다.
원수급인이 하도급대금지급보증 수수료를 부담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수수료를 공사원가에 반영하도록 개정했으며, 산재보험·고용보험·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 등 4개 보험 소요비용도 공사원가에 반영토록 했다.
그리고 지난 9월 폐지된 보증가능금액확인서제도와 8월 폐지된 사무실보유제도를 재도입하고, 실적·경영·기술의 가중치를 적정하게 조정해 등록기준을 강화한 점도 성과이다.
특히 정부는 건설선진화를 위해 2006년까지 일반건설사와 전문건설사간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의 이익에 따라 일반건설사는 ‘통합불투명’, 전문건설사는 ‘통합필수’라는 엇갈린 시각을 내놓고 있다. 두 건설업종간에 협의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국내 건설발전을 위해서 최선의 협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