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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을 살라 먹은 ‘을유년 첫 해 보러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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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달려온 2004년 갑신년도 아스라이 멀어지고 있다. 다시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못내 아쉽지만 사람들의 가슴 가슴마다 자라는 또 다른 한해에 대한 설렘과 기대는 자못 크다. 새해 첫날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불덩이’를 바라보는 해맞이는 매일 맞이하는 해와 다른 특별한 무엇이 담겨 있다. 상서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새벽 어둠을 가르고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찬란하게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품은 소망을 간절히 기원한다.
아마 지금쯤이면 누구나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하는 해맞이는 어디가 좋을까 고민에 빠지게 된다. 동해안으로 갈까, 아니면 남해안으로, 또 산이 좋을까, 바다가 좋을까 저울질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해맞이 장소로 꼽히는 동해안과 남해안 해맞이 명소를 소개한다.
△ 지리산 천왕봉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해발 1915m)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장관이다. 하지만 누구나 천왕봉에서 새해 첫 일출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최단코스인 중산리에서 정상까지는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4시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야간 산행인 만큼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또 힘들게 정상에 도착했다고 해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리산은 워낙 기상이 자주 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리산 천왕봉 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천왕봉의 일출은 구름바다가 연보라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가히 장관을 이룬다.
△ 남해 금산
탁 트인 바다에 점점이 박혀 있는 섬을 붉게 물들이면서 떠오르는 남해 금산의 일출은 정말 장관이다. 찬란한 붉은 빛이 섬을 비추면서 감싸 안는 모습은 황홀지경이다. 금산의 아름다움은 걷혀오는 새벽 여명 속에서 기암괴석들이 그 자태를 나타낼 때 더하다. 구름과 바다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고 있으면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그 장엄한 아름다움에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산이라고 하지만 정상 코앞까지 차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매표소가 있는 복곡 주차장에서 8부 능선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보리암과 정상 망루가 있는 곳까지는 걸어서 2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 창녕 관룡사
관룡사는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창녕 화왕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절이다. 새해 첫 일출을 보려면 관룡사에서 15분쯤 걸어서 산중턱에 위치한 용선대까지 올라야 한다. 용선대 꼭대기에 있는 석조불상과 같은 방향을 보고 있으면 올망졸망한 봉우리 위로 해가 솟는다. 고즈넉한 절과 산등성이가 어우러진 일출광경을 찍기 위해 해마다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이곳은 해마다 입시철이면 많은 학부모들이 찾아와 치성을 드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일출을 마치고 승용차로 20분 남짓 가면 국내 최대의 유황온천인 부곡온천이 있어 가족과 함께 온천욕을 할 수 있다.
△ 여수 향일암
남해 금산 보리암, 해남 땅끝마을과 더불어 남해안 3대 해돋이 명소 가운데 하나인 여수 향일암은 ‘해를 향하고 있는 암자’라는 뜻으로 그 이름답게 일출이 환상적인 곳이다. 또 낙산사 홍련암과 강화도 보문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4대 관음도량으로 굳이 해맞이가 아니더라도 연초에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100여 m의 절벽 위에 자리잡은 암자에서 바라보는 해돋이 못지 않게 달뜨는 광경도 아름다워 ‘월출암’이라고도 부른다. 정적이 감도는 이른 새벽 바위 봉우리에 올라야 향일암의 제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둠을 걷어내면서 해가 떠오르면 암자와 동백 숲, 바위병풍이 함께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 동해 추암 해수욕장
누구나 바라보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촛대바위의 해돋이 광경이 있는 곳이다. 코발트색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추암의 해돋이는 단연 최고로 꼽는다. TV에서 애국가 장면이 나올 때 촛대처럼 생긴 바위 뒤로 해가 떠오르는데 바로 그곳이 이곳 추암 해수욕장에서 촬영한 것이다. 이런 전국적인 명성에 매년 1월 1일이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해맞이 인파로 드넓은 백사장이 비좁을 정도다. 저 멀리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수평선 위로 해가 떠오르면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해의 높이에 따라 기암괴석의 형태와 색깔이 변하고 바다색도 달라진다. 이런 모습을 보고 누군가 추암을 금강산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듯한 절경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추암 해금강’이라 이름 붙였다.
△ 양양 낙산사
사람들은 새해 첫 해맞이를 하면서 저마다 한해의 부귀영화와 가족의 건강을 제일 먼저 빈다. 불자라면 해맞이 법회가 열리는 사찰에서 맞이하는 해돋이가 또 다른 의미를 선사하게 된다. 사찰 해돋이의 대표적인 곳이 바로 양양 낙산사이다. 이곳 의상대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해돋이는 경건함과 장엄함이 함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안 절벽 위에 자리잡은 의상대 주위는 독야청청 소나무와 기암절벽, 망망대해가 함께 어울려 최고의 해돋이 풍경을 그려낸다. 따라서 이곳을 관동팔경의 제1경이라 부른다. 의상대에서 가까운 홍련암도 새로이 각광받는 해돋이 명소다. 이곳을 찾으면 사람들이 법당 안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법당안 마룻바닥에 뚫린 ‘구멍’을 찾아 합장한 채 절을 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 포항 호미곶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영일만이 있는 데 바로 이곳을 ‘호미곶’이라 부른다. 이곳은 동해에서 가장 먼저 해돋이를 구경할 수 있어 매년 1월 1일이면 대대적인 해돋이 축제가 펼쳐진다. 호미곶의 아름다움에 반한 육당 최남선은 조선 10경 중 가장 아름다운 일출 장소로 이곳을 꼽았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서 10㎞ 남짓 내려가면 구룡포항이 나온다. 이곳은 수많은 갈매기와 비릿한 바다 냄새가 항구의 정취를 듬뿍 느끼게 해준다. 특히 겨울철 최고의 별미로 꼽는 과메기로 유명하다. 통나무로 만든 건조대에 널어 말리는 꽁치가 바로 과메기인데, 바닷바람에 말린 과메기를 생미역과 함께 먹으면 비린내도 없고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 강릉 정동진
강릉시내에서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약 18㎞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정동진은 ‘한양의 광화문에서 정동쪽에 있는 나루터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이곳은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전국 제일의 해돋이 명소로 유명하다. 항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정동진역이 바로 이곳에 있다. 정동진역은 10여년 전 TV드라마 <모래시계>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해돋이 열차가 운행되는 등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이곳으로 기차여행을 떠나려면 인근 부산이나 동대구까지 가야 한다. 바닷가 백사장, 모래시계, 조각공원도 좋은 볼거리다. 선상에서 동해안의 절경을 바라보고 싶다면 정동진에서 버스를 타고 금진항으로 이동하면 유람선을 탈 수 있다.
△ 태백산 천제단
백두대간의 중추 산인 태백산 정상에 있는 제단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산꼭대기 제단이다. 기록에 따르면 신라시대 부터 이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으며 일제 때는 독립군들이 천제를 올린 성스런 제단이다. 태백산 일출은 12월 31일부터 시작된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태백시 황지 연못에서 새해 소망 기원행사의 하나로 소원 복 주머니, 소원 초 띄우기와 불꽃놀이, 콘서트 등이 다채롭게 열린다. 백두대간 능선을 밀어내고 솟구쳐 오르는 태양이 장관인 태백산 천제단 일출은 눈꽃 기행과 어우러져 그림엽서를 옮겨놓은 듯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해맞이를 마치고 도립공원 아래로 내려오면 이벤트가 기다린다. 새해 운세를 알아보는 각종 점, 추억의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코너가 발길을 붙잡는다.
△ 울진 망양정
울진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수산교에서 바다로 난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만 달리면 망양정 휴게소가 나온다. 이 휴게소 뒷산에 드넓은 동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망양정이 자리잡고 있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은 고려때 지어진 정자로 조선시대에 개축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동해 일출은 장관이다. 망양정 아래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TV드라마 촬영장소로 더없이 한적하고 여유로운 동해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경주 토함산과 감포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를 끼고 있는 토함산은 동해의 햇살이 가장 먼저 와 닿는 곳으로 붉은 구름을 뭉글뭉글 피워 올리다가 순식간에 떠오르는 해돋이는 잊을 수 없는 장관이다. 석굴암을 비춘 아침 햇살은 곧바로 천지로 퍼져나가 세상을 밝힌다. 토함산 너머 자리잡고 있는 감포 앞바다 역시 아름답다. 감포로 가는 길에는 유서 깊은 기림사와 감은사지, 이견대, 대왕암 등 천년 신라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특히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문무왕을 모신 수중릉 대왕암이 내려다보이는 해안 언덕 위에 세워진 이견대에서의 해맞이는 벅찬 감동을 준다. 이견대 위에 있는 이견정에 오르면 해맞이 후 눈에 들어오는 동해바다와 대왕암에 부서지는 파도, 긴 백사장이 연출하는 멋진 그림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 영덕 강구항
강구항은 동해의 조용한 포구였으나 TV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부터 널리 알려진 해맞이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TV에서 나온 장면처럼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에 만선의 깃발을 단 고깃배가 뱃고동을 울리며 항구로 들어서는 순간 일출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맞이는 인근 삼사 해상공원이 더 좋다.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해안 언덕에 자리잡은 삼사해상공원에는 인공폭포인 천지연 폭포와 무게 8t의 자연석인 화문석, 망향탑, 경북대종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해맞이의 관건은 제대로 해를 볼 수 있느냐는 것인데 확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비교적 먼 거리로 해돋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사전에 여행지의 날씨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해돋이는 고사하고 밤새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맞이에 나서는 사람들은 새해 첫 일출을 담아오겠다며 카메라를 챙긴다. 좋은 해돋이 사진을 찍으려면 반드시 플래시를 터뜨려야 한다. 또 해맞이는 무조건 서두르는 게 좋다. 예정 일출시각보다 1시간 이전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2004년 12월 30일 11시 27분 / 종합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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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