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간지들이 2004년 사실상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지역신문의 입장에서 앞으로 다가올 위기의 징조임에 틀림없다.
비록 중앙일간지들의 적자 상황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80년 언론통폐합 이후 권력의 비호아래 성장을 거듭해오던 조선일보마저 사실상 적자반열에 들어섰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불황의 여파에 따른 것으로만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활자매체 전반에 던져주는 일종의 메시지로 확대해석해도 무방하다는게 언론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비효율적인 경영방식과 시대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편집태도, 그리고 산업활동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는 생산효율성 등으로 인해 신문산업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하다는 예표이기도 하다.
또 광고비중이 신문판매 비율을 훨씬 뛰어넘는 기형적인 시장구조로는 경기침체에 따른 광고시장의 위축에 달리 대처할 방안이 없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비록 지난해 방송광고 시장도 위축되긴 했어도 광고주들의 선호도는 절대적으로 방송광고 쪽으로 모아져 있는 만큼 현재의 기형적 구도로는 미래 경쟁력을 담보해내기 힘들다는 점은 자명하다.
중앙일간지들이 임금을 동결하고 고임금의 기자들을솎아내는 단기처방에 나서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근본적으로 신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대대적인 자성과 미래지향적 사고가 없이는 근본적인 활자매체의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중앙일간지중 3년 이내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언론사가 최소 3개에 이르고, 소위 메이저라고 하는 조중동중에서도 적어도 1곳은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역신문에 미치는 영향은 단견으로 속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적어도 그 후폭풍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광고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이 지역신문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의 경우 지면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선(한국언론재단 2004 한국의 지역신문)으로 비교적 양호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조사결과일뿐 실제지역신문의 매출에서 광고수입이 차지하는 부분은 매체에 따라 거의 절대적인 수준에 놓여 있는곳이 많다.
여기에 구독료를 선불로 받는 지역신문들로서는 구독료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마저도 회수비율이 38.9%에 그치고 있어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다.
그렇다고 이 같은 신문시장의 전반적인 침체가 지역신문에 마냥 위기로만 작용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을 수 있다.
중앙일간지의 위기는 반대로 지역신문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상당한 급부가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아니지만 신문시장은 '제로섬'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어 중앙일간지의 쇠퇴조짐은 지역신문에겐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중앙권력의 분권화에 따라 지자체의 역량이 배가되고 있는 정치현실에서도 그 답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파급효과가 지역신문의 영향력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지역언론발전특위를 통해 지역언론의 역량을 키우고자 애쓰고 있는 것도 호재중의 호재다. 특위의 지원활동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아직 두고 봐야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러 형태의 지원사업이 전개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지역신문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역신문중에서도 일간지와 주간지간에 편차가 드러날 것이고, 주간지중에서도 지원대상과 비대상의 구분에 따라 기회와 위기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존폐위기까지 거론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역신문이 살아남고 나아가 성장의 틀을 확보하기 위해선 우선 '힘있는 신문'이 돼야 한다. 지역의 선봉에서 감시와 고발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한편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위상을 인정받아야 한다.
보도자료를 받아 여과없이 보도하거나 단체장 동정이나 관의 행사가 주요기사가 되는 현재 구조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비판 없는 신문, 읽을거리 없는 신문, 정보 없는 신문으로 머물고 있어 독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신문이 돼서는 곤란하다.
신문의 힘은 독자들로부터 나온다. 발행인부터 기자, 신문사 소속원 모두가 새롭게 인식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중앙일간지를 모방하는데서 과감히 탈피, 가장 지역적이면서 사소한 것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열악한 재정구조와 척박한 시장구조는 지역신문 관계자들을 너무도 쉽게 지치게 한다. 그래서 때로는 교과서 같은 언론의 원칙이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다가오기도한다.
흩어져 있으면 가뜩이나 작은 힘도 더 옅게 비춰진다. 그러나 작은 힘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낼 때 그 힘은 실로 엄청날 수 밖에 없다. 지역신문이 조선일보의 힘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마침 지역신문의 창구라고 할 수 있는 한국지역신문협회가 이런 구심점을 모으기 위한 중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내부적으로는 역량을 키우고 외부적으로는 지역신문의 위상제고를 위해 발벗고 나설 참이다. 뉴스케이의 대대적 개편도 그 일환으로 매우 비중있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신문으로서는 올해가 실로 중차대한 한해가 될수 밖에 없다. 중앙일간지의 위기를 기회로 변환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 역량을 배가해야 한다. 인식도 새롭게 해야하고 신문의 질적 발전도 획기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의 기로에 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작지만 힘이 있고, 또 사소한 듯 보이지만 큰 것을 읽어낼 수있는 지역신문으로 거듭날 때진정 위기는 기회로 바뀔 것이다.

노광선(News K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