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노끈, 철수세미, 문구용 칼.... 도저히 음식에서 나왔다고 믿겨지지 않는 이 이물질들은 최근 성남의 S고등학교 급식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 학교가 급식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1, 2학년 6개 학급 학생 2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벌레 60건, 수세미 조각 34건, 머리카락 30건, 비닐 조각 16건 등 총 162건의 이물질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외식 문화의 발달과 간편함을 추구하는 세태와 맞물려 성장 일로를 걷던 단체급식 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사고다발 ‘골칫덩이’
식중독 사고와 이물질 혼입 등 각종 위생 사고를 일으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것.
단체급식은 크게 위탁급식과 직영급식으로 구분되는데 위탁급식은 1988년 이후 몇몇 업체들이 산업체, 학교, 공공단체 등을 대상으로 급식 업무 일체를 수탁받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급식 산업으로 발전했다.
사업 초기에는 소규모 업체들이 식사를 제공하는 단순한 사업으로 인식되다 1990년대 들어 삼성에버랜드, CJ푸드시스템, 아워홈, 신세계푸드시스템 등 대기업들이 가세하면서 매년 20%씩 급성장, 현재 시장 규모만 5조5,000억원 대에 달한다. 하지만 단체급식은 이처럼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특히 학교 위탁급식은 학부모들이 직영으로 전환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급식을 중지하라고 요구할 만큼 불신이 높다.
이 같은 불신은 지난해 식약청과 질병관리본부가 집계한 식중독수 1만명 중 상당수가 위탁급식을 실시하는 학교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데서도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정부 위생관리 허점
이물질 검출로 문제가 됐던 성남의 S교도 1999년부터 모 급식업체와 계약을 맺고 위탁급식을 하고 있었다. 이 업체는 이 학교뿐만 아니라 성남 등 수도권의 6개 학교에도 공급하고 있어 식품 안전 사고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함께 노출했다.
더욱이 이 업체는 지난 해 상·하반기 경기도 교육청이 실시한 위생점검에서 기준 점수인 60점 보다 높은 70.8점, 77.2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위생 관리 능력에 의문을 낳게 하고 있다.
학교 급식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식중독이나 이물질 혼입 뿐만이 아니다.
국적 불명의 수입품이나 유전자 재조합식품, 과다한 식품첨가물 사용은 기본이고 유통 기한이 지난 식재료가 버젓이 사용되기도 한다.
◆관련법 ‘있으나 마나’
현행 식품위생법은 단체 급식을 하는 공장이나 학교 급식 납품 차량은 냉장이나 냉동이 가능한 차량으로 식재료를 운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조차 지키지 않는 업체들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은 학교급식을 위탁에서 직영 방식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직영급식이라고 해서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들의 봉사를 강요하는 시스템이나 재료 검수를 담당하는 학부모들이 위생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3개월째 잠자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