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의 진정한 승자는 한국이라고 외국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한국이 4강에 진출한 것은 역사를 바꾸는 엄청난 일이었으며 한국인의 저력을 떨치는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축구 외에도 붉은 악마가 펼친 응원과 열정은 축구보다도 더욱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였으며 위대한 응원역사로 기록 될 것이다. 붉은 악마의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에서 오늘날 우리를 다시 돌아 보게 하는 교훈이 있다.
첫째, 전략이 있었다. 대형카드 색션으로 전략을 함축하여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하였다. AGAIN 1966은 이탈리아전에서, PRIDE OF ASIA는 스페인전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는 독일전에서, K리그에서 만납시다는 3,4위전에서, 의미 있는 문구와 전략을 가지고 세계인의 마음속에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향후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K리그 활성화라는 화두를 채택하여 들떠있는 감정의 연착륙을 선도하였다.
둘째, 열정이 있었다. 청소년 대표팀이 세계4강이라는 꿈을 이루어 냈을 때 외국언론은 붉은 악마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우리들에게는 자부심이 되어 다시 한번 그 꿈을 이루어 내고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붉은 악마를 만들었다. 그 꿈은 비로소 2002년 월드컵에서 현실로 나타나는 정말 꿈 같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소수의 사람이 꾸는 꿈은 꿈으로 끝날 수 있지만 다수의 사람이 꾸는 꿈은 현실로 이루어 진다는 진리를 증명해 보였다.
셋째, 질서가 있었다. 거리응원이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획기적인 700만명의 인파를 기록했던 거리응원에서 붉은 악마의 질서의식은 형언하기 어려운 자부심을 느끼게 하였다. 땀의 범벅 그리고 몸에는 쉰내가 나도록 하루종일 응원한 붉은 악마가 응원을 마치고 휴지와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그것도 쉬지않고 모두다 주웠다. 나는 광화문에서 그들의 질서를 직접 목격하였으며 가슴이 저며왔다. 그들은 진정으로 존경 받을 자격이 있었다.
넷째, 순수하였다. 순수한 열정 비오는 광화문 거리에서 장대비가 내려쳐도 그들의 응원과 순수함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관중석에 펼쳐보일 대형 태극기를 운반하며 지쳐서 쉬는 그들의 땀방울에도 순수한 미소는 숨쉬고 있었다. 저녁 8시30분에 벌어지는 경기인데도 아침 8시면 거리에 붉은 옷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있는 붉은 악마의 순수한 열정은 하늘도 감동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붉은 악마는 어른들에게 빨리 순수한 초심의 열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와 경고를 동시에 내려주고 있는 것이다. 물질 만능주의에 물들고 배금사상에 젖어있는 현대인들에게 순수한 열정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금호생명 지점장 정극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