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에서 만난 가이더 』 <지난호에 이어>
할머니들을 씻기고 정리를 했으나 벽에 튄 김치국물이며 냄새를 없애느라 그날 밤 잠을 못 잤단다. 손주, 아들, 식구들 선물을 사겠다고 돈을 꺼낼때는 아무데서고 치마를 걷고 고쟁이 바지 주머니에 핀을 두개씩 꽂아 넣은 돈을 꺼내는데 핀 하나는 빼서 옷에 꽂고 하나는 입에 물고 돈을 내고선 옷에 꽂은 핀을 못 찾아 빙빙 도는 할머니들. 여행을 다 마치고 돌아가는 공항에서 가이더에게 우리 자식도 아닌 자네를 너무 애를 먹였는데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고 몰라서 그랬다고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살아서 자네와 다시 한번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한다지만 다시 이 할머니들 같은 여행객을 만난다면 가이드를 그만 두고 싶을 만큼 고생은 했으나 이 할머니들의 모습이 오늘 한국을 이룩한 어머니들이었다고 자기는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고생해 자식 먹이고 공부시켜 오늘의 한국을 이룩한 장한 어머니였다고 하니...
비록 할머니들이 해외에서 지켜야할 매너를 몰라 많은 실수를 했지만 67세나 되는 할머니들이 10년전 홍콩을 비롯한 주변국 중국을 여행하셨다는 건 상당히 앞선 할머니들이며 다른 세상을 보고자 하는 열성을 가진 분들이라 존경스럽고 그 연세에 그런 인식을 가졌다는 게 사뭇 탐험가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머니들은 그 할머니들처럼 살지 말고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을 것이니 어머니 자신들을 위해 살라고 부탁하는 가이더.
고생은 했지만 민족성, 동족애, 삶의 철학과 애정을 가진 구수한 가이더의 친근감이 이번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좋은 인상이다.
2005. 3. 15
시인 빈소영(재경곤향 향우회)
2005년 03월 31일 13시 08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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