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예방 대책 마련 시급


부모들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이모(12)군은 엄마를 닮았고 바람을 피워서 낳았다는 이유로 할머니로부터 수시로 매를 맞고 심지어는 남들보기 부끄럽다며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게 하는 등 정서적인 학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군은 부모들의 이혼으로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로 행동까지 몹시 위축되어 있다.
또 박모(8)군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동거중에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행방불명됐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초등학교 취학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5월 가정의 달을 맞았지만 수년째 계속되는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인한 실직이나 이혼 등으로 가정해체가 늘어나면서 더불어 아동학대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날이 낀 5월에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평월에 비해 월등히 많아 가정의 달을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 6일 경남아동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 아동학대와 관련한 신고건수는 모두 349건으로 전년도의 227건에 비해 무려 122건이나 급증했으며, 특히 2001년 94건이건 것이 2002년에 134건으로 늘어나는 등 해마다 아동학대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지난해 신고된 아동학대 349건 중 가정의 달인 5월에 발생한 아동학대가 55건으로 4월의 16건에 비해 39건이 증가하는 등 연간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건수가 최고치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고된 아동학대 유형을 보면 정서적 학대가 102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학대 101건, 방임 67건, 성학대 11건, 유기 4건 등의 순이었며, 대부분의 유형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중복학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학교를 보내지 않는 등 방임형 학대 67건은 경기불황에 따른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 부모의 이혼이나 가출 등 가장해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신고된 아동학대의 행위자는 친부가 96건, 친모 17건 등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가장 많았으며, 계부 1건, 계모 7건, 부모의 친척 12건, 부모 동거인 10건, 시설종사자 7건, 이웃 5건 등으로 조사됐다. 또 아동학대 발생장소는 가정내에서 발생하는 건수가 12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집근처나 길가 등이 10건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남아동학대예방센터 관계자는 “최근 경제적 어려움 및 이혼·별거 등으로 가정해체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아이들의 양육을 포기하고 방임하는 부모가 크게 늘고 있다”며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마련도 시급하지만 무엇보다 아동학대 사실을 알게되면 남의 가정사로만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동학대 신고는 국번없이 1391로 전화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