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와우(달팽이관) 이식


장님이면서 소리를 하나도 들을 수 없었던 헬렌 켈러의 자서전에는 그녀가 물이라는 단어를 깨닫는 장면이 나온다. 설리반 선생님의 안내로 손에서 느끼는 물이라는 물질이 나름대로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이 순간이 그녀에게는 빛과 소리가 차단된 암흑의 세계에서 인식의 세계로 가는 위대한 전환의 시간이었다.
눈과 귀. 두 감각의 장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청각장애를 가진 이의 고통도 만만하지 않다. 인간의 사고는 언어를 통해 자극받아 성숙되고. 언어를 통해 외부로 표현된다.
특히 언어발달기에 소리자극을 잃게 되면 언어중추와 언어신경로의 발달 장애로 영원히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게 된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 중 0.1%인 4만7천여명이 고도난청이나 전농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이런 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나 입 모양을 보는 방법 등이 대화의 수단이었으나 인공와우이식이라는 현대의학을 통해 이들에게 소리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소리를 통해 언어를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인공와우이식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가의 비용으로 인해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으나, 올해부터 해당자에 한해 의료보험의 혜택이 주어지므로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수술받을 수 있다.
▲인공와우이식이란
귀속에 있는 소리를 감지하는 와우(달팽이관)의 질환으로 듣지 못하는 환자에게 남아있는 청(聽)신경을 가까이서 전기자극함으로써 음을 감지하게 해주는 와우이식기를 귀속에 심어주는 수술을 말한다.
인공와우이식은 보청기를 사용하여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양측 고도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들에게 유용한 청력을 제공함으로써 효과적인 재활의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특히 소아에서의 인공와우이식은 청력이 이들의 지능과 언어 발달 그리고 교육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성인에서보다 더욱 중요하다.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가
인공와우이식은 일반적으로 양쪽 귀에 고도의 감각신경성 난청이 있고 보청기로 적절한 기간 청력 재활을 하여도 효과가 없을 경우에 시행하게 된다. 단 CT나 MRI상에서 귀 구조에 심한 이상이 없어야 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수술에 대한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을 때만 수술을 시행한다. 소아 난청의 조기 발견이 가능함에 따라 현재는 생후 10개월부터 수술이 가능하며. 어느 정도 잔청(殘聽)이 남아 있어도 더 나은 언어 구별을 위해 보청기보다 인공와우이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인공와우이식기의 기본구조
인공와우이식기는 기본적으로 외부에 착용하는 언어치료기, 머리장치, 체내에 삽입하는 수용/자극기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이크를 통해 들어온 소리 에너지는 언어처리기에서 전기신호로 부호화시키고, 부호화된 전기신호는 전파 코일을 통하여 무선으로 피부 속에 삽입된 안테나로 보내지고 이는 다시 수용/자극기로 전달된다.
수용/자극기에서 와우에 삽입된 전극에 전기신호를 보내 남아있는 청신경을 자극하게 되고, 청신경을 통해 올라온 전기신호를 뇌에서는 소리로 인지한다. 그러나 이 전기신호를 소리로 인지하기까지에는 부단한 재활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
▲수술 후 조율(mapping)
수술 후 약 1개월이 경과한 후 언어처리기에 프로그래밍을 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로그래밍의 목적은 이식된 전극이 편하고 적절한 음자극을 공급할 수 있도록 개인별로 적절하게 조정하여 최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선천성 난청인 소아는 소리의 감지나 크기에 대한 개념 자체가 부족하기에 조율과정이 매우 어려운데, 입력되는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표정이나 행동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몇 주 동안 시도하여 일정하게 보이는 역치를 찾아가게 된다. 첫 한달은 매주 1회 정도 시행하고 그 후 언어치료를 병행하면서 1개월, 3개월, 6개월, 그 후 1년마다 반복해서 실시한다.
▲수술 후 언어평가
인공와우이식수술 후 환자는 언어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 수술 전과 수술 후 3개월, 6개월, 그리고 1년마다 언어평가를 받게 된다. 언어평가에는 말소리 탐지, 변별, 지각능력, 언어이해 및 표현능력, 조음능력 및 음성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언어평가의 목적은 인공와우이식 성취도의 수술 전후 비교와 수술 후 시간 경과에 따른 성취도의 변화 그리고 5세 이하 아동에 있어 현재 조율의 적합 여부 판단과 재활 교육의 출발점 판단을 얻는 것이다.
▲어떤 환자가 예후 좋은가
언어습득기 후 전농(postlinguistic deaf)은 언어습득기 전 전농 군보다 더 빨리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전농의 기간이 짧을수록 더 예후가 좋다고 한다. 언어습득기 전 전농(prelinguistic deaf) 환자의 경우는 수술시기가 빠를수록. 즉 수술 당시 나이가 어릴수록 수술 후 언어수행능력이 좋은 것으로 보고 되어 있다. 이런 연유로 신생아 난청의 조기진단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