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통신] 가로등 끄려다 넘어진 남편 미워요 』 내 남편은 공무원이란 직업을 천직으로 알고 태어난 사람같다. 공직사회를 떠나온 지 어언 10년을 훨씬 넘은 것 같은데 지금도 그런 냄새를 풍기고 다닌다.
동네 어귀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 봉투나 풀 숲 등에 아무렇게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 그냥 지나치치 않는 것이 몸에 배여 있다.
요즘은 해가 길어져 아침 6시경이면 으레 아침 운동을 나간다. 아침 운동이라 해 봤자 왕복 2~3km이지만 가까운 산에도 가고 들길을 걸으며 상큼한 풋내음을 맞기도 한다.
가는 도중 지나치는 골목마다 날이 훤히 밝도록 켜져 있는 가로등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않는다. 꼭 끄고야 마는 것이 생활화 혹은 습관화 되어 있다.
비가 오는 어느날이었다.
켜져 있는 가로등을 끄기 위해 전봇대 아래에 쌓아 둔 돌멩이에 올라 서려다 발이 잘못 디뎌져서 길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순간 나는 화가 나서 소리를 벌컥 질렀다.
“응간히 하이소. 누가 상 주나 뭐..”
남편이 다쳤는지 안다쳤는지 살펴보기 전에 화부터 낸 것이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울 뿐이다. 그러나 나는 곧장 후회하고 만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기에...
투철한 주인의식, 단단히 훈련되어 있는 평생 공무원 정신을 남편에게서 찾을 수 있구나 하며 회환에 잠겨본다.
한 때 나도 잠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항상 그렇게 타이르지 않았던가? 어리석은 생각에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동네 어귀에 서 있는 한 등의 불을 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우리나라가 아니지만, 또 타산적 가치관으로 볼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생각과 행동인 것은 사실이 아닐까?
내딛는 한 발이, 건전한 정신이 모여 밝은 사회, 건강한 시민정신으로 성장될 것이고 모든 일은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고 배웠지 않은가?
삼십년 넘어 공직자의 가족으로써 팔불출이라 비웃을지 모르지만 책임있는 정신과 모든 일에 주인의식의 태도에 한마디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을 뿐이다.
남양동 주부통신원 이 양 순 2005년 06월 16일 8시 50분 / 칼럼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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