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새롭게 자리매김하도록 유도하는 대중화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러한 흐름은 대부분 디지털과 결합하며 시대적 변화를 따라잡으려 한다. 디카시·영상시·비디오시 등 형태변화와 문화시로 대변되는 소재변화는 젊은 독자를 문화 수요자 주류로 편입시키려는 다양한 시도의 하나로 꼽힌다.

▲ 디카시
△지역서 창시된 디카시 =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디카시’라는 새로운 시문학 용어로 인터넷을 통해 작품을 연재하는 등 ‘디카시’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이상옥(마산 창신대학 교수) 시인이 16일부터 21일까지 진해 경남문학관에서 ‘언어너머의 시, 디카시’ 전시회를 연다.
디카시란 사물 혹은 풍경과 부딪쳐 발생하는 시인의 감동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찍고, 그것을 언어화하는 것이다.
즉 풍경 자체만으로 존재하기보다는 그 풍경에 시인의 정서나 사상이 투영된 것으로, 극순간성·극현장성·극사실성·극서정성을 품고 있다.
영상시나 비디오시가 사이버공간 등 ‘비 종이적’인 형태로 존재하는데 비해 디카시는 사이버공간은 물론 일반 문예지에 게재되거나 시집형태로 존재하기도 하고, 디카시전과 같은 전시회, 개인 소장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시인의 상상력으로 구조화를 하지 않아도 이미 그 상상력을 넘어서 풍경 속에 시가 녹아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자체가 시라는 생각에 문학적으로 옮기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껴오다 최근 디지털카메라가 일상화되면서 순간을 포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디카시나 영상시, 뮤직비디오 형태의 비디오시 등이 시의 형태적 탈바꿈이라면 문화시는 소재적으로 변화한 모습이다.
주제와 소재의 측면에서 현대인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광고·스포츠 등 다양한 소재를 찾아 시에 수용하는 것으로 일반인에게 보다 쉽게 접근하기 위한 시도이다.
△문학공간의 문화콘텐츠화 = 시나 문학을 둘러싼 환경, 한국문학 공간과 현장을 문화콘텐츠로 활용하자는 것도 대중성 확보의 방안으로 거론된다.
김수복 단국대 교수가 최근 펴낸 <한국문학 공간과 문화콘텐츠>는 문학공간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문학공간을 디지털콘텐츠화하고 이를 문학답사나 문학기행 등에 활용함으로써 문학공간을 문화산업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경남대 박태일 교수는 ‘장소시’를 이야기한다. 박 교수는 “시인의 상상적 장소 창조에 따라 아름답고도 고유한 문학적 장소로 뿌리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좋은 장소시는 마침내 남달리 그 장소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그들의 해석공간 속에서 완성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학활동을 사이버 공간에서 = 문예진흥원 사이버문학팀은 지난 6월 사이버문학광장(www.munjang.or.kr)이라는 문학포털 사이트를 만들어 문학활동을 사이버상으로 옮겨놓았다.
실시간 온라인 문학매거진 ‘웹진-문장’을 서비스하고 ‘문학도서관’에서는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약 1200여 편의 작품 및 작가를 선정, 연구자의 실명으로 작품해설과 작가정보를 싣고 있다.
△새로움의 바탕은 작품성 = 대중 속에서 ‘살아남기’를 위한 자구책으로 문학의 새로운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새로움’은 튼튼한 문학적 기초가 그 바탕에 자리해야 한다고 문학인들은 입을 모은다.
박태일 교수는 “문학의 새로운 시도들은 시냐 아니냐의 작품성 논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대중 속에서 문학이 폭넓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하지만 문학적 역량이 없고 작업의 고유한 깊이에 대한 고심과 성취가 없다면 단순히 겉모습 바꾸기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상옥 교수도 “디카시가 일반 문자시처럼 복잡한 코드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고도의 상징과 은유·압축을 품고 있으므로 문학성은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며 “풍경 자체로는 시가 안되며 사물에 사상과 의미가 투영될 때 발견의 시학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