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자라는 데는 흙 말고도 태양의 빛, 열, 공기(특히 산소와 탄산가스), 물과 양분이 필수적인 요소이나 태양빛을 제외하고는 모든 요소가 흙을 통해 식물생장에 관여하게 된다.? 더욱이 식물이 필요로 하는 각종 필수양분은 흙에서 온다. 이렇듯 흙은 식물을 지지하고 양분을 공급하여 생물을 자라게 하는데 이 때 암석의 풍화산물인 각종 광물 종류에 따라 생물 서식지로서 흙 능력의 차이가 나타나게 되고 농업에서는 흙이 지닌 본래 생산력을 흔히 자연비옥도라고 하여 거름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력을 판단하게 된다.
산림지에서는 흙의 종류에 따라 자연식생의 생산량이 다양하게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은 흙의 비옥도 등급에 따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옥도는 흙속 양분함량, 식물의 양분이용성, 이들 양분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비옥하거나 척박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비옥도에 따른 식물의 정상적인 생육을 위해서는 미리 흙을 분석하여 부족한 성분을 비료나 퇴비로 시용하고 식물이 자라고 있는 중에는 잎을 분석해서 문제된 성분을 엽면살포로 응급처치하기도 한다.?
이같이 비옥도란 식물생육에 부족한 양분을 투입하는 것을 포함한 흙이 지니고 있는 총체적인 생산능력을 나타내며 지력이란 유사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자연비옥도를 평가할 때는 우선 흙의 성질 중 염기교환능력(CEC)이 중요하다.
흙은 모암에서 생성되면서 조암광물에 의해 염기교환용량이 거의 판가름나게 되어 이에 따라 자연비옥도가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모래땅이 많은 것은 모재가 조립질인 화강암과 화강편마암에 기인된 탓이고 산성인 흙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학비료를 시용한 것을 주 원인으로 몰고 갔으나 이제는 이는 잘못된 사실로 바로 잡게 되었다. 우리 흙은 산성암 모재에 기인되고 여름철 집중호우로 염기의 용탈이 심한데 있으며 물론 일부 화학비료의 사용에 영향을 받았음도 사실이나 농경지 흙의 산도가 5.6~5.7인데 반하여 삼림지의 pH는 1.0 단위 정도가 낮은 강산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흙의 강한 산성은 필연적인 자연환경에 원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척박하다는 우리 흙의 비옥도는 염기교환용량이 매우 낮다는 것으로 대표되는데 이는 위에서 설명한 바대로 본태적인 것으로 어쩔 수 없는 우리 흙의 운명적인 성질이다. 화강암에서 유래된 흙의 염기교환능력은 kg당 10센티몰 내외로 매우 낮아 비료양분을 저장할 능력이 부족하여 일시에 많은 양의 비료를 시용하더라도 식물이 이용하고 나머지는 저장될 장소가 부족하여 자연히 지하수로 유실된다. 그나마 흡착된 양이온은 장마철 집중강우로 유실되어 비옥도의 또 다른 척도인 염기포화도 역시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비옥도는 화학적인 성질을 기초로 하여 다루므로 비옥도가 높은 흙이라 할지라도 흙의 다른 물리생물적인 성질이나 기후 등 환경적으로 불량한 조건에서는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따라서 비옥도가 제대로 발현되도록 항상 흙의 합리적인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