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신문 ▒▒▒

봉화칼럼

재정준칙에 대한 보고서②
재정은 시민의 주머니에서 흘러나오는 고정물줄기 재원이다. 투자유치나 수출증대로 나오는 재정이 사회간접자원을 늘리는 진정한 재원이다. 그러므로 국가원수나 시장을 제1호 샐러리맨이라 ......

『 ‘이야기가 있는 토우전’ 연 박영경씨 』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기억을 어느샌가 잊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의 추억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죠. 어른들에게는 그런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옛 정취를 쉽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흙으로 옛 추억을 되살리고 있는 박영경(47)씨. 일반인에게는 조금 생소한 ‘토우’로 ‘이야기가 있는 토우전’을 열고 있는 박영경씨는 흙으로 빚은 인형 ‘토우’에 흠뻑 빠져 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기억을 어느샌가 잊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의 추억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죠. 어른들에게는 그런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옛 정취를 쉽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흙으로 옛 추억을 되살리고 있는 박영경(47)씨.
일반인에게는 조금 생소한 ‘토우’로 ‘이야기가 있는 토우전’을 열고 있는 박영경씨는 흙으로 빚은 인형 ‘토우’에 흠뻑 빠져 있다.박씨가 토우에 매달린 것은 벌써 10년이나 됐다. 도예 등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닌 그가 토우에 심취한 까닭은 무엇일까.
“어릴 때 방학 숙제 등으로 진흙으로 무언가를 만들 기회는 모두 있죠.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새삼 또 다시 진흙을 접하게 됐습니다. 만들어보니까 재미가 있어요. 내가 생각했던 대로 사물이 만들어지는 그 신기함에 흥이 나 진흙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박씨가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있는 토우’ 만들기에 몰입한 것은 몇 년전 대중의 관심을 끌었던 인형전 ‘엄마 어렸을 적엔’을 보고 나서다.
“헝겊으로 만들어진 인형을 보고 흙으로도 만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흙이나 나무는 배척할 수 없는 자연의 소재니까요. 그런데 흙으로 단순히 인형을 빚기만 해서는 파손이 되거나 물에 약한 특성으로 보관하기 어려워 고민 끝에 ‘구워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순전히 실험적으로 시도해 본 것이지만 초벌구이를 하니 사람의 피부와 비슷한 색깔이 나왔습니다.”
초벌구이한 진흙인형 위에 채색을 하고 한지로 만든 옷을 입히면 토우는 완성된다.
이번 전시는 크게 ‘할머니 이야기’ ‘지난 이야기’ ‘잃어버린 이야기’ ‘풍요’ ‘할아버지 이야기’ ‘우리 할머니’ ‘자연을 닮은 사람들’로 나누어져 있다.
“우물가에서 등목하던 일, 수박서리 하던 일, 자치기와 아이스케키,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부르는 국민학교 앞 풍경들을 겪은 마지막 세대가 아마 우리 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40대 이상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것들이죠.”
그래서 작품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스스로 작품 속에서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그 이야기는 사람마다 추억이 다르듯 조금씩은 다를 것이고, 아마도 그래서 설명은 더 필요없을지 모른다.
그나마 설명이 달린 것은 ‘할머니 이야기’ 코너에 있는 몇몇 작품들로 제목은 없이 짤막한 설명이 붙어있다.
초기작으로 6번째에 놓인 작품은 작은 광주리를 이고 손에는 주전자를 든 채 큰 광주리를 이고 있는 어머니를 뒤따르는 여자 아이의 모습을 그려낸 것으로, “열두살 여자 아이는 몸무게만한 새참을 이고 들녘으로 갑니다. 집안일을 거들만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나머지 코너에는 교실에서 손바닥에 회초리를 맡고 있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 장날 주막집에서 술에 취해 탁자에 엎드려 있는 할아버지(<휘어진 삶>), 딸이 많은 집안에 하나뿐인 손자와 할머니(<집안의 기둥>), 올망졸망한 자식들을 위해 무거운 지게를 지고 일어서는 아버지(<삶의 무게>), 수박 서리를 하다 들켜 벌을 받는 여름날의 추억(<성숙>) 등 아련한 그리움을 품게 만드는 ‘잊힌 이야기’가 흙인형으로 숨쉬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전시 개막식에서는 여러 이력을 앞세운 미술인이나 ‘높은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달짝지근한 ‘오뎅 국물’이 끓고 있는 전시장에서 친척과 친구·남편 구진근씨의 직장 동료 등이 모여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박씨의 첫 전시를 축하했다.
박씨의 시아버지는 아크릴 상자에 바짝 다가서 며느리가 만든 작은 세계를 하나 하나 유심히 살폈다.
“아, 정말 저랬다 카니까. 내가 꼭 저랬어.” “아이고, 이걸 보니 생각이 나네. 작가는 이걸 어떻게 다 기억하고 있었노.”
전시장 곳곳에서는 신기한 듯 추억을 되새기는 어른들의 감탄사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잘 알지 못할 것”이라는 박씨의 섣부른 우려와는 달리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은 도리어 부모의 손을 이끌며 작은 인형을 보며 재미있어 했다.
그렇게 자연 속 미술관에서는 ‘오뎅’과 함께 추억이 뭉근히 익어가고 있었다.
가로 30㎝ 세로 30㎝ 높이 24㎝의 작은 세계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꼭꼭 채운 ‘이야기가 있는 박영경 토우전’은 이달 29일까지 창원 대산미술관에서 이어진다.

2005년 11월 10일 9시 24분 /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