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에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불빛에 연말임을 실감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분주한 때이지만 이맘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각종 연말 술자리. 무슨 모임은 그리도 많은 지 약속을 잡기 위해 비어있는 날짜를 따지는 것만도 쉽지 않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식하게 술을 들이붓지 않는다”는 것이 대다수의 이야기다.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 그러나 ‘연말 술자리’라는 말은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이 연말 술자리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살짝 엿보자.
△건강 챙기고 핑계 생기고 “헬스장 등록했어요”
이모(25세)씨는 2개월 전쯤 폭탄주 등 술을 심하게 많이 마시고 며칠동안 고생한 후 속이 나빠졌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생맥주 500㏄ 한 잔을 마시는데 속이 따끔따끔거리고 위염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아 내시경 검사 예약을 하고 온 상태.
그러나 이런 이씨에게도 여전히 ‘연말 술자리’는 다가오고 있다.
평소 거의 하루종일 앉아서 일하는 특성상 운동부족이 심해 운동도 하고 술자리도 피하기 위해 이씨가 선택한 것은 바로 헬스장 등록이다.
“건강이 많이 안좋아진 걸 느끼니까 어쩔 수 없어요. 또 거금을 들여 헬스 등록을 했는데 열심히 다녀야죠. 그러다보면 꼭 필요한 술자리가 아니면 안가게 될 거 같아요. 가더라도 미리 위염이 있다는 것을 알리면 술을 많이 권하진 않겠죠.”
△탕 종류로 속 풀어가며 “주량 맞게 먹자 제안”
류모(35세)씨.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술을 마신다는 류씨는 술자리가 깊어지면 새벽 3~4시까지도 이어가곤 한다.
“하지만 술을 마실 때 옛날처럼 많이 권하는 것은 자제합니다. 미리 주량에 맞게 마시자고 상대에게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죠. 어차피 연말에 술자리가 많아서 괴로운 것은 피차 마찬가지 아닌가요?”
류씨의 연말 술자리 대처법은 탕 종류를 많이 먹어 속을 풀어주는 것.
“꼭 식사를 하고 술 자리를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면 술을 덜 마시게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밥을 먹으면 술이 더 취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안주로 탕 종류를 많이 먹죠. 따뜻한 탕을 먹으면 속이 풀리는 거 같아요.”
업무적인 술자리가 60%, 개인적인 자리가 40% 정도를 차지한다는 류씨는 연말 술자리가 이어질 기미를 보이자 개인적인 자리는 가급적 줄이려고 한다.
△주량만큼 먹으면 집으로…“빨리 마시고 빨리 도망”
공무원 배모(37세)씨는 술자리에 자주 불려 다닌다.
“억울합니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요. 도리어 싫어하는 편이죠. 주량도 얼마 안돼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양을 먹어도 딴 사람들은 끄떡도 없는데 저는 다음날 고생을 많이 합니다.”
술을 싫어한다고 강조하지만 그래도 사람 좋아하는 배씨는 여전히 술자리에 자주 끌려나간다.
그러다보니 주위에서는 배씨가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신다고 생각해 술자리가 생기면 그를 빼놓지 않는다.
“빨리 마십니다. 주량은 소주 1병 정도이고, 1병 반이 넘으면 집에 가서 잘 토할 정도로 술이 안받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 먹었다 싶으면 내가 술값 계산을 해서라도 집에 와 버립니다. 2차는 거의 없죠. 2차 3차 갔다가는 말 그대로 다음날 방바닥을 기어다녀야 할 정도죠. 술값 계산을 잘 하니까 자주 불러내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고등학교 아들의 눈총 “술 안먹기로 약속했어요”
안모(46세)씨는 평소 집에서 ‘한잔’하는 것을 즐긴다.
밖에서 술 약속이 없는 날은 저녁을 먹고 난 후 자료 정리 등을 하면서 맥주나 소주를 마신다.
하지만 최근 바깥 술자리가 많아진데다 일이 잘 안풀려 집에서 마시는 술 양도 늘어나자 고등학생인 아들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집에서는 이제 술을 안마시기로 아들과 약속했습니다. 냉장고 속에 술이 있으면 자꾸 손이 갈까봐 아예 술을 안사놨죠. 슈퍼마켓이 좀 많이 멀기 때문에 이 추운 날씨에 웬만한 일이 없으면 한밤중에 술을 사러 나가진 않겠죠.”
장거리 출장을 가도 가급적 당일 돌아오려고 하고 있다. 일이 늦게 끝나 객지에서 자게 되면 업무 관계자 등과 어울려 식사와 함께 ‘한잔’하는 것은 거의 필수적인 코스가 되기 때문이다.
△“만나야 할 사람은 다 만나야죠. 피할 수가 있나요?”
은행 부지점장인 이모(47세)씨는 일주일에 4일 정도는 술 약속이 있다.
지난달에는 휴일을 빼고 술을 안마신 날이 손에 꼽을 정도. 거래처 관계자들과 만나기도 하고 직원들과 한잔 기울이다보면 한달이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건강을 관리하는 특별한 노하우는 없습니다. 보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아마 모르긴 해도 나이가 더 들면 고생할 거예요. 유일하게 건강 유지와 관련돼 하는 것은 휴일이면 골프를 친다는 거죠. 몇시간동안 천천히 걸으면서 공을 치니까 무리한 운동도 아니고 좋습니다.”
그나마 이씨가 챙기는 것은 식사.
“저녁에 업무를 마치고 나면 해장국이 될만한 것을 간단하게라도 먹습니다. 그리고는 술을 마시러 가죠. 가급적 빈 속에는 술을 안먹으려고 합니다. 안주를 많이 먹죠. 술안주는 생선회를 좋아합니다. 기름진 것은 위에 부담을 주니까요. 주종요? 구분 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