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축소판 ‘발’ 건강


간혹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기사 중 ‘세족식’이라는 것이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밤, 최후의 만찬을 집행하기 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겨 준 일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종교적인 의미가 강한 이 일이 최근에는 학교에서 혹은 가정에서 또 다른 ‘사랑’의 표현 방식으로 가슴을 찡하게 만들기도 한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도로에 차가 넘쳐 평소보다 배로 시간이 걸려 고생해도 고향집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은 설렌다.
아무리 불경기라고 해도 흐뭇해할 부모님을 생각하며 명절 선물은 챙기게 된다.
올 설에는 선물을 하나 더 준비해보자.
이 커다란 선물은 불경기라도 전혀 상관없이 준비할 수 있다.
부모님을 뵈면 물을 떠와 부모님의 발을 씻겨 드리자.
늙은 주름 하나하나에서, 고목처럼 거친 피부결 하나 하나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강한 사랑과 감사를 한껏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발을 관찰함으로써 부모님 건강을 챙겨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발에 생긴 통증이나 불편함을 경험해 보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서 참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약 80%가 무릎·고관절·척추·목 부위의 통증을 경험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비 정상적인 발이 원인이 된다면 어떨까.
발의 구조와 형태에 이상이 생기면 발 자체는 물론 발목·무릎·하지·엉덩이·허리 등 우리 몸 전체에 불균형과 부조화가 발생한다.
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유전적인 것도 있지만 후천적인 것이 거의 대부분이므로 교정가능한 것들만 알아서 이를 고쳐도 훨씬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단순히 “나이가 드니 무릎이 아프네”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모님의 발을 이번 설에는 꼼꼼히 한번 살펴보자.
△평발 및 요족
평발(편평족)과 까치발이라고도 하는 요족은 발이 쉽게 피로하거나 발뒤꿈치 통증, 아킬레스 건염, 스트레스 골절 등 여러 가지 질환을 유발한다.
“평발을 어떻게 고쳐. 평생을 이렇게 살았는데”라며 지나치지 말고 발을 견고하게 지지해주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나온 특수 깔창과 보조기 치료를 시행하면 많이 호전될 수 있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수술도 가능하다.
△당뇨병성 발질환
연로하신 부모님들 중에는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고혈압과 당뇨는 대부분의 성인이 자유로울 수 없는 질환.
특히 당뇨병으로 오래 고생한 환자는 신경이나 혈관에 이상이 생겨 감각이 떨어져 쉽게 상처가 나고 곪는데도 아프지 않아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해도 잘 낫지 않아 급기야 절단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평소 철저한 발 관리와 더불어 조기 치료와 예방을 위한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류머티스 발질환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오래 앓으면 발의 변형이 심해지며 통증으로 걷기조차 힘들게 된다. 초기 류머티스 질환은 약물 치료와 함께 특수 신발 등이 필요하다.
계속적인 진행을 보이는 변형이나 벌써 변형이 많이 돼 보존적 치료로는 통증 완화에 도움이 안될 때에는 수술적 요법이 필요하고, 수술 후에도 신발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가 더욱 좋다.
△티눈과 못
티눈과 못은 발 피부에 가해지는 지속적인 압력 때문에 발생한다. 흔히 생기는 부위는 엄지 발가락 혹은 새끼 발가락의 안쪽 및 바깥쪽 부분이다. 치료는 특수 신발 및 특수 깔창으로 압력을 감소시키고, 연고나 기계적인 방법으로 제거하게 되며,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하게 된다.
△망치족
짧은 발가락 기형인 ‘망치족’은 발가락이 비정상적으로 구부러지고 펴지지 않는 기형을 말한다. 너무 조이고 작은 신발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신으면 점차 악화된다. 따라서 먼저 발에 잘 맞는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이 필수이며, 특수 깔창이나 패드도 도움이 된다.
△발목염좌
“발목은 한번 삐면 계속 삔다”고들 한다.
30대 이모씨는 지난해 발목을 3번이나 삐어 2번을 깁스, 약 2개월을 불편하게 살았다.
발목염좌는 적절하게 치료하지 못하면 그 후에도 자주 삐게 되는데 특히 만성화되면 관절염과 같은 여러 발질환이 생긴다.
치료는 보조기나 깁스 등을 할 수 있고, 최근에는 인대나 힘줄의 손상에 대한 인대증식치료법이 도입되기도 했다. 관절 안정성이 떨어지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