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속 ‘고요한 악마’ 중년의 심장 노린다


최근 개그맨 김형곤씨가 운동 중 갑자기 사망했다. 의학자들은 대부분 사망원인을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 돌연사’로 추정하고 있다.
가슴에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 중 40대 이후 중년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질환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다. 전문의들은 이런 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위험한 요인이 고지혈증이라면서 남성 45세, 여성 55세 이상이 되면 매년 혈액검사를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혈액 속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의 지질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상태를 ‘고지혈증’이라고 하는데, 고지혈증이 생기면 혈관에 플라크가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혈액 흐름에 장애가 생기는 동맥경화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고지혈증은 ‘침묵의 병’으로 불릴 정도로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 동맥경화증으로 진행되고 합병증까지 발생한 뒤에야 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을 10% 낮추면, 심장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20%, 심근경색 발생률은 17% 정도 낮아지며,심근경색증,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관상동맥 경화증 관련 사고도 23% 이상 낮출 수 있다.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지단백) 콜레스테롤과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로 나뉜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심장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며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심장발작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
반대로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줄어들고 이 수치가 낮으면 심장병의 위험이 올라간다. 따라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게 고지혈증 치료의 핵심이다.
우리 몸의 혈액에 들어 있는 지방의 일종인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가 많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총콜레스테롤 200㎎/㎗ 미만, LDL 콜레스테롤 100㎎/㎗ 미만, HDL 콜레스테롤 60㎎/㎗ 이상이 최적의 수치다.
HDL 콜레스테롤이 저하되는 원인은 영양 균형이 나쁜 식사, 운동부족, 비만, 흡연, 스트레스의 축적 등이다.
고지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식·채식·저염식의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이상적 체중유지, 그리고 금연과 긍정적 사고 등의 생활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고지혈증 환자는 무엇보다 지방의 함량을 제한하는 식사습관을 가져야 한다. 고지방 음식은 버터, 전유, 아이스크림, 일부 육류 등이 있고 곡류나 푸른잎채소, 과일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콜레스테롤 함량이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기름기 있는 동물성 음식을 덜 먹고 신선한 야채나 과일, 현미·통밀 등 덜 도정한 곡류 등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껍질을 제거한 닭고기, 지방 함량이 적은 육류, 무지방의 유제품도 건강에 유익하다.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올리브기름, 카놀라기름 등과 푸른 생선을 많이 먹어야 한다. 육류 중에도 붉은 색이 많이 나는 쇠고기, 돼지고기는 피하고 닭고기나 오리고기처럼 하얀 색이 많이 나는 고기를 더 권장한다.
운동요법도 치료에 꼭 필요하다. 섭취한 칼로리를 소비하지 않고 축적하게 되는 운동부족은 커다란 위험인자이다. 운동량이 적으면 여분의 에너지가 지방으로 변화되어 체내에 축적되는 고지혈증의 적인 비만이 시작된다.
하루 30분 이상의 적당한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운동이 좋다.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은 L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혈관질환 발생과 사망률을 감소시킨다.
식사와 운동과 함께 생활습관의 개선도 중요하다. 특히 고지혈증과 동맥경화의 위험인자인 술, 담배,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경우에는 약물요법으로 콜레스테롤을 조절해야 한다.
<콜레스테롤 조절 건강 식단>
▶콜레스테롤이나 동물성지방의 섭취를 줄이기 위한 식단 선택법
① 지방질이 많은 육류나, 가공육류, 즉 베이컨, 소시지, 햄 등을 피한다. ② 아이스크림 대신 요구르트를 선택한다. ③ 전지우유 대신 저지방우유를 마시고, 조리 때에도 저지방우유를 사용한다. ④ 감자칩 등의 튀긴 과자 대신 구운 과자를 선택한다. ⑤ 버터, 커피용프림, 초콜릿 등을 피한다. ⑥ 지방함량이 많은 빵이나 케이크 종류인 페이스추리, 크로와상, 도넛, 머핀 등을 피한다. ⑦ 영양표시에서 지방함량을 비교한 후 구입한다.
▶식품 조리법
① 육류를 조리할 때 지방을 떼어내고 살코기만을 이용한다. ② 닭, 오리 등은 조리 전에 껍질과 지방을 제거한다. ③ 고기국은 차게 한 후 기름기를 걷어내고 이용한다. ④ 쇼트닝, 마가린, 버터의 사용을 피한다. ⑤ 튀김 대신 굽거나 찐다. ⑥ 지방이 많은 소스보다 간장, 식초 등의 소스를 이용한다.
▶트랜스지방 요주의
트랜스지방은 식물성 지방을 고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데, 피 속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혈관 또한 좁게 만들기 때문에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지난 1월부터 모든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표기하도록 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탄수화물과 지방 등 5대 영양소로만 표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가공식품의 트랜스지방 함유량은 마가린류 14.4g, 초콜릿가공품 3.2g, 패스트푸드 감자튀김 4.6g 등으로 세계보건기구 기준 2.2g을 크게 웃돌아 요주의 대상이다.
▶캐나다 연구팀의 포트폴리오 식단
미국임상영양학회지(AJCN) 3월호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은 아몬드, 콩, 보리 등과 같이 심장에 이로운 음식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식단’을 실험 참가자들에게 먹인 결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약물 치료를 했을 때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연구에 사용된 식단은 ▲섬유소 식품(강낭콩, 귀리, 딸기, 브로콜리, 말린 자두, 사과, 고구마, 보리, 자몽) ▲식물 스테롤(아보카도, 옥수수기름, 콩, 아몬드, 올리브오일, 식물성 쇼트닝) ▲콩 단백질(콩, 두부, 두유, 콩고기) ▲아몬드 등이었다.
이 결과 1년 후에는 실험 참가자 중 3분의 1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20% 이상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식단을 엄격하게 따르지 않은 나머지 3분의 1의 경우에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15% 하락했으며, 식단을 가장 따르지 않은 참가자들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10%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