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되찾아 온 조선시대 시와 글, 그림이 일반에 공개된다.
경남대박물관은 일제 강점기 초대 조선총독인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1852~1919)가 일본으로 가져갔다 반환된 ‘데라우치 문고’를 오는 25일부터 6월 11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내 서예박물관에서 특별전시회를 갖는다.
박물관에 따르면 전시되는 작품은 ‘데라우치 문고’ 소장품 98건 135책 중에서 선별된 131점.
반환 당시인 지난 96년 7월 덕수궁 석조전에서 ‘데라우치 문고 특별전’을 통해 40여점의 작품이 공개되긴 했지만 주제별로 작품을 엄선하고 평가를 거쳐 미공개작을 대거 전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조선의 미의식을 시·그림·글씨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과 해외반출문화재에 대한 민간 차원의 환수 및 활용의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시회에 앞서 경남대와 예술의 전당은 지난 12일 서울 서예박물관에서 ‘경남대박물관 소장 데라우치 문고 보물-시(詩)·서(書)·화(畵)에 깃든 조선의 마음’이란 주제로 출품되는 주요 작품들을 언론에 공개했다.
전시 유물 중 회화분야에선 조선 중기의 왕족화가 이경윤(李慶胤)의 그림집인 낙파필희(駱坡筆戱)가 가장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동안 이경윤의 작품에는 진작(眞作)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낙파필희에는 동시대의 인물인 유몽인(柳夢寅)의 글씨가 등장해 진품임을 증명한다. 이어 안동 계회의 풍경을 담은 ‘계묘사마동방계회도첩’, 정선의 초기작인 ‘한강독조도’ 등이 눈길을 끈다.
추사 김정희의 서법(書法)을 추사의 친필로 기록한 ‘완당법첩조눌인병서’와 한석봉이 자신의 서예 수련과정과 조선 서예에 대한 자부심을 쓴 ‘석봉필론’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또한 50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성삼문·서경덕·정철·곽재우·양사언·임제 등의 육필 시고 및 민성휘(1582~1647)가 명나라 때와 청나라 때 당대 지식인 154명이 송별하며 지은 시 158편을 모은 ‘별장첩’도 살펴볼 수 있다.
이 밖에 조선조 23대 순조의 아들인 왕세자(익종)가 세자 교육기관인 세자시강원에 입학하는 장면을 그린 정축입학도첩(丁丑入學圖帖), 지봉 이수광·이순신·이항복 등 당대 문장가와 학자들의 명필, 조선 중후기 대표 작가들의 화집인 ‘홍운당첩’ 등도 전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