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망률이 최근 10년 사이에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연간 1만 3천명이 자살로 사망한다고 한다. 이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36명, 40분당 한 명이라는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헝가리, 일본 등과 함께 OECD 국가 중 자살률 10위 이내의 자살 고위험도 국가에 속한다.
이렇게 자살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사회 경제적 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개개인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즉 자살 시도자의 대부분(85%)이 우울증 경력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완치될 수 있는 우울증이 방치될 경우 자살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된다.
우울증은 더 이상 부끄러운 질병이 아니며, 나와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치부해서도 안된다. 세계보건기구인 WHO에 따르면 멀지 않아 인류에게 두 번째로 큰 부담을 주는 질병이 우울증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현대인에게 우울증이 많아지고 있으며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등 서양에서는 여자의 경우 10~25%, 남자의 경우 5~10% 정도가 평생에 한번 이상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나 역사적 인물 중에는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이 많으며 결국 자살로써 생을 마감한 경우도 적지 않다. 우울증 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울증이란>
‘기분이 우울하다’는, 마음이 유쾌하지 못하고 짜증스럽고 슬픈 상태를 말한다. 힘들고 괴로운 일, 슬픈 일이 있을 때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또한 건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상황에 따라 기쁘거나 우울한 기분 상태를 누구나 경험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우울하다는 것이 반드시 병적인 증상은 아닌 것이다. 각종 스트레스, 크고 작은 일상의 사건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자주 우울한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우울증을 병적인 것으로 보기보다는 살다보면 겪을 수 있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울증이란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서 느끼는 단순히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과는 다르다. 우울증이 되면 자신이 기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어 지속적으로 기분이 저하되고 주변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떨어지며, 부정적인 생각, 각종 신체 증상, 수면의 변화, 식욕 및 성욕 감소, 기억력 및 집중력 곤란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 자신의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의 고통과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증상들이 거의 매일, 하루 종일 나타나서 2주 이상 지속될 때 병적인 우울증으로 진단하게 된다.
<어떻게 생기나>
우울증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의지가 약하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생기는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의 기능이 저하되어 심리적,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뇌 질환이다.
우울증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병의 발병 기전에 대해서는 수많은 의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들을 통해 뇌의 신경생화학적 이상 소견과 함께 내분비 이상 및 신경해부학적인 문제가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우울증이란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 요인이 우울증의 발병과 증상 악화에 관여하고 우울한 기분, 부정적인 생각, 의욕 상실 등의 심리적인 증상을 주로 보이는 뇌질환으로 볼 수 있다.
<치료는>
우울증 초기에는 정신 치료만으로도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으나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저하된 뇌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우울증을 방치할 경우 저하된 뇌기능이 결국 뇌세포를 망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는데 이는 우울증이 단순히 심리적이고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와 같이 우울증은 반드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료에 대해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울증을 소심하거나 의지가 약하고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고 정신분열병처럼 부끄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우울증상으로 힘들어 하면서도 남들에게 숨기고 의사에게 진료받기를 꺼리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에 대한 사회 인식이 왜곡되어 있고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정신과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 다른 편견은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약물에 있다.
어렵게 정신과를 찾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약물 복용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치료를 받으면서도 불안해한다. 이는 정신과 약물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항우울제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신과 약물들이 중독성이 없고 안전할 뿐 아니라 뇌의 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이나 마약처럼 습관성이 생긴다거나, 뇌세포가 파괴된다거나, 부작용으로 신체질환이 생긴다는 등의 잘못된 상식을 알고 있다. 전문의들은 약을 함부로 남용하지 않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적절하게 복용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편견을 버리고 자신의 병을 인정하여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울증 치료의 가장 중요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