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숨 좀 쉬게 해주세요. 아니면 차라리 죽고 싶어요. 어떻게 수술은 안되나요?” 진료실에 70세가 된 한 백발 할머니가 들어오자마자 호소한다. 얼굴에는 식은 땀이 흐르고 쌕쌕거리며 헐떡거리면서 답답해한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이렇게 답답함을 호소하며 ‘숨을 제대로 쉬고 싶어’ 진료실을 찾는 노인 환자가 많다.
천식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두루 생길 수 있는 병이지만 노인의 경우 동반된 질환이 있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기관지 천식이란
나이가 많아지면 폐도 노화가 일어난다. 기관지 점막의 점액 청소기능의 저하, 인장 탄성도 및 섬유의 소실, 폐 확산기능의 저하 등이 천식과 관련된 만성 기도 염증의 기회를 증가시키며 폐활량의 절대적인 수치가 감소한다.
또 면역 체계에도 변화를 가져와 감염 위험이 증가하고 기도 과민성이 증가할 뿐 아니라 천식 치료약제에 대한 반응도 떨어지게 된다.
기관지 천식은 반복적인 호흡곤란·천명음·기침이 주요 증상이며, 비특이적 자극에 의한 기도과민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알레르기성 호흡기 기도질환이다.
어떤 원인에 의해 기관지 안쪽에 있는 점막에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자극에 대해 기관지가 예민해지거나 좁아져서 공기가 드나들기 어렵게 된다.
현재 알려져 있는 각종 실내외 알레르기 항원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외인성 천식과, 알레르기 항원에는 과민하지 않으나 감기 이후에 특히 악화되며 노인에게 많은 내인성 천식으로 크게 나뉜다. 이외에도 아스피린과 관련된 천식·운동 유발성 천식·직업성 천식 등이 있다.
△ 노인과 천식
몇몇 연구에 의하면 노인에서 기관지 천식의 발생률은 전체 천식 환자의 12~16%에 달하며, 이는 전체 노인 인구 중 약 3~6%로 결코 드문 병이 아니다.
노인 천식의 특징은 흡연과 깊은 연관성이 있고 젊은 층에 비해 더욱 중증이며, 삶의 질의 현저한 저하·사망률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노인 천식의 진단은 일반적인 경우와 차이가 없지만 호흡 곤란이 있어도 단순히 나이 탓으로 생각하다 중증이 돼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으며, 병원에서도 단순한 감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숨이 차고 기침·가래가 있으면서 쌕쌕 소리가 들릴 때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기관지 천식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침이 몇 주 지속되거나 운동 후 가슴이 답답한 증상만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므로 자칫 간과하기도 한다. 반대로 심부전·폐암·폐내 이물질 흡인도 천명음이 들릴 수 있으므로 천식으로 오인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천식을 진단하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폐기능 검사이다.
환자들이 호흡곤란을 호소할 때 기관지 확장제를 투여한 후 폐기능을 측정해 투여 전과 비교해 의미있게 폐활량이 증가하면 천식의 가능성이 높다.
환자의 병력에서 천식의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환자의 증상이 없거나 폐기능이 정상일 때는 기관지 유발 검사를 할 수 있다. 이 때에는 검사 시작 전의 폐기능과 비교해 오히려 폐활량이 감소되면 천식일 수도 있다.
△ 치료와 주의점
기관지 천식은 만성적이고 재발이 높은 질환이므로 증상을 잘 조절하고 폐기능을 정상화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치료 방법에 의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것이 치료목표이다.
원인물질과 자극물질을 제거하거나 회피하는 회피요법, 최소한의 부작용과 최대한의 약제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약제를 이용한 약물요법, 원인물질을 찾았으나 도저히 회피할 수 없는 물질인 경우에 면역요법을 시행한다.
천식은 원인 알레르겐에 노출됐거나 감기·운동·자극성 가스나 먼지·담배연기·매연이나 공해·찬 공기나 저기압 등의 기후요소·특정 약물 섭취 때 악화되며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나빠지므로 약물 치료에 앞서 이들을 잘 조절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노인 천식의 치료도 원칙적으로 젊은 사람과 유사하지만 다른 질환의 합병, 기도 폐쇄, 높은 약제 부작용의 빈도, 약제의 순응도 저하 등으로 치료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특히 심혈관계 작용 약물이 천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반대로 천식 약물이 심혈관계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노인의 경우 가능한 한 부작용이 낮고 효과가 높은 흡입 약제를 권유하는데, 처음 흡입 방법을 배울 때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숙달되면 먹는 약물이나 주사에 대한 의존도를 감소시키고 가정 내에서도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천식은 원칙적으로 고혈압이나 당뇨 등과 같이 완치되는 병이 아니며 관리와 조절을 해야 하는 질환인 만큼 약물을 몇 번 투여한 후 회복됐다고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가족들이 약물 사용 중의 부작용이나 불규칙한 투여로 환자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금연·환경관리·독감 예방접종 등을 통해 기관지 천식 악화의 주요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