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9년 7개월 동안이나 제작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만한 세토대교였다. 혼슈와 시코쿠를 연결하여 총연장은 9.4km를 넘고 남비산 세토대교는 경간 1.1km의 상하복층 현수교인데 상부에 자동차가 만재하고 하부에 열차가 왕복하며 교차할 경우 무려 5.11m 나 처짐이 발생한다. 실제로 멀리 앞서 달리는 자동차가 열차가 지날 때 경간중앙부를 통과 하고 있으면 차가 교량바닥으로 잠겼다가 올라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단다. 가이드의 예상과는 달리 교량견학에 많은 시간을 써버린 우리는 여세를 몰아 세계최대경간을 자랑하는 아카시대교로 향했다. 세토대교에서 볼 것이 너무 많았던 터라 정작 기대했던 아카시대교에는 전망대 입장마감시간에 촉박하게 도착해서 바쁘게 움직여야만했다. 세계 최대 경간(3.911km)을 자랑하는 아카시대교는 그 명성답게 실로 웅장했다. 경간장이 3km가 넘으니 신축량도 엄청날 것이고 어마어마한 신축량을 수용하기 위해 종방향 변위를 수용하는 특수 궤도 설치는 물론 신축이음용 교량이 필요할 정도였다. 게다가 한신 대지진으로 주탑 상하부의 위치가 이동이 되고도 사용하기에 충분히 안전하다는 대목에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이 큰 다리들을 건설하기 위해 설계기준까지 개편했다고 하니 가히 일본기술자들은 물론 교량건설을 기획하고 추진한 주체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정부의 국토 가꾸기에 대한 열정은 참으로 높이 살만 하다. 길고도 높은 아카시대교를 건너와 만난곳은 이국적인 항구도시 고베. 일단은 숙소로 이동해서 저녁식사 후 정예 요원만 집결, 모노레일을 타 볼 계획이 급하게 세워졌다. 시간도 충분치 않고 길도 잘 모르는 터라 가까운 시내를 가보기로 하고 몇몇이 모였는데 아기자기한 모노레일은 무인으로 운행되었고 한글자막이 100% 지원되는 것에 너무 고마웠다. (^ ^) 모노레일 습격사건은 성공!!
4월 30일 근사한 전망을 가진 Kobe Portopia 의 스카이라운지에서 맛있는 아침식사를 했다. 그런데 아침을 저녁처럼 먹는 사람은 우리 일행들뿐인 것 같았다.
고베의 쇼핑명소인 모자이크를 가볍게 구경하고 지진으로 폐허였던 장소를 보존하는 곳을 둘러보았는데 실제로 느껴보지 못했지만 그 위력만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위의 두 볼거리보다 이동하는 동안 눈에 띈 벼룩시장 같은 중고품 거래 시장과 행사준비를 하는 듯한 소녀들의 군무가 더 인상적이었다. 특히 벌건 대낮에 몇조각 안되는 옷을 걸치고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쑥스러워하는 기색하나 없이 자기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 좀 의외였다.-사실 이때부터 닮았다고 생각했던 일본과 우리나라의 민족성이 철저히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