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통영 사량도 사량초등학교에서 ‘찾아가는 미술교실’을 개최한 전업미술가협회 경남지회 회원들은 마치 골목대장인 양 며칠만에 제법 친해진 아이들을 이끈다.
이번 행사는 대학 등에서 미술지도 경험이 풍부한 지역 미술인들이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 재미있는 미술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자신감을 높이고, 전시장을 개설해 전문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
미술인들은 육지에서 뱃길로 1시간 남짓 떨어진 섬에서 3박4일 동안 숙식하며 낮에는 3시간 가량 미술교실을 열고, 저녁에는 아이들을 모아 미술관련 영화와 슬라이드, 디지털 미술관 등을 관람하게 했다.
붓·팔레트·물감·스케치북 등 미술재료를 무료로 지원하고, 회화 뿐 아니라 한국화와 조각 등 평소 아이들이 접하기 어려운 과목도 선보여 호응을 받았다.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 한 시간은 1일 오후 진행된 석고 만들기.
찰흙을 기본으로 선택해 병뚜껑·나뭇가지 등 다양한 오브제로 모양을 내거나, 얼굴 모양을 만들어 석고로 본을 떴다.
이 수업을 맡은 천원식씨는 “처음에 새끼로 찰흙을 누를 때는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다가, 나중에 완성된 석고 작품을 보고 아이들이 무척이나 신기해했다”며 “섬은 재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위에 있는 것을 재료(오브제)로 활용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했는데, 그러한 것들이 미술 재료가 된다는 그 자체에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2일 오후, 교실에서 공태연 씨에게 채색 교육을 받고 있던 3학년 이채정 양은 “그림그리기와 만들기를 너무 좋아한다”며 “평소에 미술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선생님들이 여기까지 와서 가르쳐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회원들 “문화혜택 불모지서 행사 이어나갈 것”
전날 석고 가루로 장난친 것이 인상 깊었다는 박형기(4학년) 군은 “만들기와 난초 그리기가 재미있었다”며 “미래에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며 예쁜 집을 그리는 데 열중했다.
김은지(4학년) 양은 “그림을 못그려서 잘 그려 보려고 배우러 왔다”며 수줍어했다. 교실 한쪽에서 문혜정·백인곤 씨에게 오브제를 이용한 만들기를 배우고 있던 박병규(1학년) 군은 “첫날은 안 왔고, 둘째날 왔는데 재미 있어서 오늘 또 왔다”며 “아까 물감과 스케치북을 받았고, 지금은 나뭇가지로 새를 만들었는데 무척 신기하다”고 말했다.
천원식씨는 “학교에 가루석고가 있으면서도 아이들이 무엇인지 모를 만큼 섬이나 산촌 등은 문화예술 혜택에 너무나 닫혀 있는 불모지”라며 “야외 수업 때는 땡볕에 너무 타서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회원들이 수고했지만 이 행사를 지속적으로 벌여 여름에는 낙도에, 겨울에는 산골에 찾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일 체험교실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나눠준 설문조사에 남긴 한 아이의 글. “내년에도 와서 또 가르쳐주세요.”
이 한마디에 무더위 속에서 고생한 작가들의 피로가 한순간에 풀리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