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은행사칭 사기전화가 해당은행 신용카드 해지로 이어지고 있다. 해당 은행들마다 해지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진주지역 소재 경남은행 지점 한 관계자는 “평소 일주일에 한 건 정도 카드해지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고객에 대해서는 수수료 면제 연장같은 유인책을 꺼내 줄여나가고 있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해지건수가 계속 증가해 현재는 하루 2건이상 해지 처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도 각종 혜택을 상세히 설명해 가며 카드해지를 적극 만류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워낙 강력히 요구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고객들의 의사를 받아들여 해지 업무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남은행 외에도 13일 도내 금융권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도내 전지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 지점마다 크게는 평소보다 5배이상 해지건수가 늘고 있다는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우량은행인 국민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인지도가 있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전화사기 피해가 밝혀진 은행들에게 집중적으로 신용카드 해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과 검찰의 각종 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은행사칭 사기전화가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줌에 따라 은행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켜 결국 카드해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시말해 잇따른 카드해지는 본거지를 해외에 둔 가해자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로 돌리는 사기전화가 장기화됨으로써 본인도 언제 피해를 볼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고객들 사이에 전반적으로 퍼지는 결과물이란 얘기다.
실제 지난 12일 오전 진주소재 국민은행 한 지점에서는 지난 9일 ‘당신의 국민카드로 롯데백화점 300만원이 결재됐다’는 사기전화를 받은 70대 고객이 주말동안 밤새 은행앞에서 기다리다 영업개시를 하는 월요일 오전 창구 앞에서 카드를 해지해달라며 소란을 피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지난 11일에도 경남은행본점 콜센터에서는 사기전화를 받고 혹시나 본인카드의 정보가 유출됐는지를 확인하는 전화가 수십건에 이르는 등 사기전화가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밖에도 도내 시중은행 직원이 출근 후 통상‘사기전화로 인한 개인정보유출 확인 여부를 묻는 고객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일’이 ‘출근해서 처음 매일하는 업무’라고 할 만큼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은행 진주동지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올 3월에는 전화사칭사기로 인해 정보유출을 우려한 고객들이 쓰지 않는 카드부터 해지하려고 요구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데다 공무원 및 기업체 직원들이 단체가입후 3년 수수료 면제가 만료돼 수수료 부과가 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카드영업환경이 어느때보다 열악하다”며 “어떻게 보면 은행도 전화사기 등으로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 “전 은행 차원에서 사기전화에 대한 피해를 막기위해 자동응답메시지 및 전단지, 인터넷을 통해 고객들에게 반복해 주지시키고 있지만 아직 70세이상 고연령층에서는 피해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피해를 입은 일부 고객들은 ‘은행거래’자체에 불신이 생겨 아예 은행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윽박지르기까지해 당황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사기전화로 인해 사회전반에 만연된 불신 풍조가 해소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카드해지를 위해 은행을 찾은 이신영씨(28·봉곡동)는“언론에 이미 여러차례 은행사칭 사기전화에 대해 보도하고 있어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당해보니 ‘내 카드가 정말 도용당하지나 않았나’는 불안감부터 생겨 카드를 해지하러 왔다”며 “은행 잘못이 아닌 것은 알고 있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고객인 박선주씨(24·하대동)는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사기전화를 받다보니 이제 실제 가족정보가 빠져나간 게 아니냐는 의심이 사실처럼 느껴진다”며 “갑자기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개인정보 현황부터 확인하러 은행을 방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