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논술·구술·심층면접 여기다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학들은 한발 더 나아가 여러 교과 내용을 한 문제 속에 섞어 학생들의 창의력·사고력을 시험하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까지 시행하겠다고 한다.
이제 학생들은 인문학적 이론을 설명한 영어 논문 한토막을 읽고 지문 내용을 토대로 수학적 확률 문제를 푼 다음 이 해답이 나오게 된 원인과 과정을 2천자 내외로 논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물론 일선 학교 교사들조차 교과 과정이 서로 교차된 이같은 통합교과형 논술의 정확한 맥을 잡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논술학원 등 사교육 시장으로 눈길과 발길을 돌리는 이유다.
창원 문성고 3학년 정모 양은 “고2때부터 일요일 하루 3시간씩 31만원을 주고 논술을 배우고 있다"며 “학교에서도 논술교육을 하지만 교사가 전문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정부와 경남도교육청도 일선 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논술교육을 위한 교사 연수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일선 교사들도 나섰다. ‘교사논술동아리'를 만들어 경남 80곳을 비롯해 전국적으로도 논술 교육에 발벗고 나선 것. 그러나 지난 2004년부터 발 빠르게 확산된 논술학원으로 가버린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해 발길을 되돌리기에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반면 기존 사교육 시장도 논술 등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의 대안은 아니라는 입장도 다수다. 마산제일여고 3학년 장모 양은 “학원에도 다녔는데 혼자 공부해도 될 것 같아 독학을 해왔다"며 “지금은 학교에서도 논술교육을 하고 있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교육과정만 제대로 운영되면 특별히 논술을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도 있다.
해운중 양태인 교사는 “통합교과형 논술도 결국 기본을 심화한 형태이기 때문에 교육과정만 제대로 운영되면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모 교사에 따르면 “결국 과목을 심화시켜서 하는 것이 논술이다. 학생들 스스로 다가가고 풀어보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는데 단순히 암기식으로 배워서는 안된다"며 “저학년부터 교과서의 내용을 충실히 이해하고 자기주도적인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행 논술이 본래 취지인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모범답안을 만드는 연습을 하는 형태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를 제안한 경상대 사회학과 정진상 교수는 “근본적으로 대학입시에 모든 에너지가 집중돼 있는 현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사교육비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며 “대학을 평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프랑스 등 대학입학 자격시험 정도로 대학의 문을 개방해 원하는 학생이면 들어오게 해 대학에서 경쟁을 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사교육비는 물론 고교 등 공교육도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