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학교 도서관 장서 100만번째로 등록된 책은 '복재유고(復齋遺稿)'로 훈민정음이 반포된 1446년에 간행된 고서다. 경상대 도서관 소장 최고(最古)의 책이기도 하다. 이 고서는 지난해 12월 26일 최증수 전 북천초등교 교장이 기증한 것으로, 이날 최 교장은 평생 수집한 고서 848권을 함께 기증을 했다. 최 교장은 하동 북천이 고향이다. 그는 북천초등학교에서 학업의 길을 들어섰고, 북천초등학교 교장으로서 42년간 교육자의 길을 마감한 고향 북천을 끔찍이 사랑한 사람이다.
북천출신 소설가 나림 이병주 문학제를 만든 산파역이기도 하다. 북천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학교에 ‘나림 문학 기념관’을 만들어 놓고 학생들에게 나림의 문학을 가르쳤다. 교실 한 칸 크기의 나림 문학기념관에는 나림이 쓴 소설책들을 전시도 하고 더러는 쌓아두기도 했다.
최 교장의 나림 문학에 대한 애정은 학교 기념관 조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기념관 조성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 나림 이병주 기념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최 교장은 “이병주 작품은 시대정신을 넘어 인간성을 존중한 우리 민족문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의 표현이기에 고인의 투철한 문학정신을 기념하고 그가 남긴 업적을 우리 하동의 자랑으로 기리는 이병주 기념사업의 추진이 시급합니다”며 이병주 문학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주장을 계기로 지난 2002년 나림 타계 10주년을 맞아 고향인 하동에서 추모문학비 제막식을 비롯한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그 중심에 최 교장이 있었으며, 이후 나림 문학제는 기반을 잡아나갔다. 그리고 지금 북천 이명산 아래는 문학예술촌이 조성되고 있다. 나림 이병주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문학관이 건립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최교장의 나림 문학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최 교장은 지난해 8월 정년퇴임을 했다. 40여년간 몸담았던 교직을 떠나고 나서 하동에 터를 잡았다. 고향을 위해 할 일이 남았다고 생각한 최 교장은 평생 모은 고서를 경상대에 기증을 했다. 나림이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고서를 경상대에 기증한 것이다.
평생 모은 고서를 기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을 재산 가치로 생각하기보다 삶의 양식으로 생각한 것이다. 교육자 다운 선택이었다. 최 교장은 요즘도 기자와 통화를 하면서 나림 문학세계를 널리알릴 방안을 묻기도 한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최 교장의 넉넉한 마음이 고향 하동에 많은 보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 4월 나림 문학제가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