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으로 구슬을 빚어 쇠죽솥 밑에 묻어두고, 깨지지 않고 예쁜 흙구슬을 기다리던 그때의 동심으로 지금도 흙을 만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작품에는 고향 삼천포에서 뛰놀던 어린시절의 향수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곳곳에 묻어 있습니다.”
오는 10일까지 통영에서 개인전을 여는 와심 이계안(59) 선생의 작품에는 양질의 부피와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 뿐인가. 작품 ‘결정’에는 작가의 예술적인 감각과 함께 정교함마저 느껴진다. 이 때문일까. 그의 작품에는 고향의 토속적인 이미지와 함께 도회적인 세련미가 함께 공존한다.
20년간 고성에서 향림도예원을 운영하는 와심 이계안 선생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통영 시민문화회관 전시실에서 개인전을 연다. 통영문화원의 초대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도자기와 자기 등 작품 60여점이 선보인다.
흙과 함께한 세월만 40년. 흙의 비율과 불의 온도 등을 통해 새로운 질감을 찾기 위한 그의 노력은 쉼없다.
물레 위에서 원심력의 원리로 도자기를 빚고, 전통 가마에 도자기를 굽는 일련의 과정에서 변형을 가하고, 일탈을 시도해 탄생된 그의 작품들은 독창적이고 과학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실제 이런 그의 집요한 연구와 체험 그리고 높은 창의성을 인정받아 지난해는 공예(도자기) 부문 경남 최고 장인에 선정됐다.
황순원 작가의 소설 ‘독짓는 늙은이’처럼 가마를 구울 때, 가마 속으로 뛰어 들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고 느꼈다는 와심 선생은 도자기를 빗고 구워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산고의 고통에 비유할 만큼 힘든 과정이라고 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작품 하나를 완성하지만, 내가 원하는 모양이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할 때는 정말이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죠. 하지만 도자기 굽는 과정이 나의 인생이고, 숙명이기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나의 모자람을 깨우쳐 더 큰 나를 찾기 위해 물레를 돌리곤 합니다.”
4년 전 신지식인으로도 선정된 바 있는 이씨는 천연소재를 이용한 유약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특허를 받은 바 있다. 황토 유약을 사용했을 때 가장 친환경적이고 건강 기능성 그릇을 만들 수 있다는 이씨는 실제 전통적인 도자기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시키는 등 40년간 쉼 없는 도전과 실험정신으로, 3대째 도자기를 만들면서 도자기 부문에서 장인의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