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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갈림길에서 길을 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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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과 호남의 화합을 연극을 통해 도모하고자 시작된 제9회 영호남연극제가 31일부터 9월 7일까지 진주에서 개최된다.
이번 영호남연극제의 슬로건은 ‘만남, 새로운 미래’로 영호남의 지역극단들의 만남을 통해 전국연극계에서 지역연극 지킴이로 굳건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지역 연극의 현주소를 서로 확인하고, 이를 통해 영남과 호남의 아픔의 역사를 보듬어 안고 새로운 비전의 탐구를 도모할 전망이다. 이번 영호남 연극제 프로그램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연 구성이 순수지역극단의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것과 영호남연극제의 내일에 대해 이야기할 세미나가 개최된다는 것이다.
많은 연극제의 작품구성이 서울의 이름난 극단들의 초청공연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하면 영호남 연극제의 작품구성은 철저하게 ‘지역연극’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초청공연에 이름을 올린 작품 ‘염쟁이 유씨’는 충청도에서 제작되어 서울로 당당하게 입성한 작품으로 1인 15역을 연기하는 배우 유순웅의 모노드라마다. 서울연극제 인기상 등을 휩쓸며 지역연극의 힘을 중앙무대에서 인정받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두 번째 초청공연작인 극단 현장의 환경아동극 ‘쿵쾅쿵쾅 고물 놀이터’ 역시 지역의 극단이 마련한 아동극 창작레퍼토리 작품으로 마임과 지브리쉬, 그리고 소품의 창의적인 활용을 통해 교육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낸 작품이다.
연극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공식초청작으로는 사천 극단 장자번덕의 ‘봄날은 간다’, 광주 극단 DIC의 ‘보물찾기’, 부산 극단 사계의 ‘뮤지컬 러브 이즈’, 순천 극단 거울의 ‘십년 후’, 경주시립극단의 ‘아비’ 등 영호남을 대표하는 극단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영호남 연극의 미래, 나아가 한국 연극의 미래를 책임질 자원들인 영호남을 대표하는 대학 연극팀들의 ‘대학극 교류전’도 마련되어 있다. 경상대학교 극예술연구회의 ‘너무 완벽하게 웃는 남자’와 호남대학교 다매체영상학과의 창작뮤지컬 ‘그리고 그들은 달린다’가 청소년수련관 강당 무대에 오른다.
부대행사로는 젊은 타악그룹 마루의 공연이 현장아트홀에서, USD현대무용단의 즉흥춤 공연이 현장아트홀 입구에서, 색소폰 연주자 신유식과 노래패 그린비 7080의 무대가 청소년 수련관 광장에서 열려 축제에 풍성함과 다양함을 더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호남연극제는 순수한 공연예술의 장을 표방하는 도내의 다른 연극제와는 그 지향점과 성격이 다르다. 연극을 통한 영남과 호남의 화합이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분명한 목적’ 때문에 지금 영호남연극제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진주와 순천의 순환개최로 인해 축제프로그램의 장기 계획이 수립되지 않는 것과 연극제 집행위의 일원화문제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문광부의 국고지원예술축제 평가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영남과 호남의 화합’이란 정치로부터 출발한 테마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지 여부가 고민의 핵심이다.
따라서 이번 영호남연극제에서는 실질적인 세미나와 토론회를 통해 ‘영호남연극제의 미래’가 논의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연극제 집행위의 일원화, 순환개최방식의 개선, 그리고 영호남의 화합이란 축제의 목표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새로운 비전과 목표의 수립 등 산적한 현안이 있기에 이번 영호남연극제는 공연만큼이나 세미나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영호남연극제는 국고지원예술축제 평가에서 진주에서 개최하면 C등급을, 순천에서 개최하면 D 혹은 F 등급을 받으면서 계속 엇박자를 내어왔다. 그리고 내년이면 10회를 맞아 다시 순천에서 개최하게 된다. 그래서 연극인들은 이번 영호남연극제에서 향후 축제의 기틀을 다잡지 못하면 시대에서 출발한 연극제가 시대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고, 지금 그 우려를 안고 제9회 영호남연극제의 막이 오르려하고 있다.
2008년 08월 28일 11시 58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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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