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시인 최영미(48)씨가 여행 산문집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를 출간했다.
　‘유럽 미술 기행서 시대의 우울’ 이후 12년, ‘화가의 우연한 시선’ 이후 7년 만에 펴낸 산문집이다. 건축물, 그림, 영화, 책, 음식, 사람 등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담고 있다.
　작가는 삶에서 여행은 언제나 필연적이었고,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고 말한다. “나를 재생산하는 일상의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나를 압박하는 의무로부터 해방, 직업인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참석하는 의례적인 행사와 사교모임들과 가족들과의 약속들로 꽉 찬 달력으로부터의 해방”이 여행이다. 살아가기 위해 작가는 여행 가방을 싸고 낯선 풍경들을 마주해야만 했다.
　여행은 사람과 마주하기 위한 것이다. “40일 남짓 유럽에 체류하며 미술관을 거의 방문하지 않았다”는 작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다. 작가 후기에 길에서 만나 길에서 헤어진 이방인이며 동지였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헌사를 남기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여행이다.
　눈동자와 머리 색깔이 다른 낯선 이들로부터 나의 언어, 나의 목소리를 이해받는다는 감동을 맛봤다는 시인은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라고 역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