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2010출판계, 인문서 부활 ‘정의 신드롬’ 일으켜 』
 |
2010년 출판계의 최대 화두는 ‘정의’였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정치철학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인문 서적으로는 8년 만에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하며 우리 사회에 '정의 신드롬'을 일으켰다.
‘경제 정의'로 담론을 확장시킨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출간과 동시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문 사회 서적 열풍을 이어갔다.
그러나 출판계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출판사들이 너나 할 것이 없이 힘든 시기를보냈고 신간 출간도 크게 줄었다. 인터넷 서점들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중소 서점들은 극심한 매출 감소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등 서점 간 양극화 현상도 심해졌다.
자서전, 평전 등 전기물과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중국을 조명한 책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스마트폰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나온 것도 올해 출판계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전자책 단말기,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이 속속 출시되면서 전자책 시장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선전이 눈부셨다.
올해 5월 24일 국내에서 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는 인문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지금까지 6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인문서적은 통상 5만 부정도면 큰 성공이라는 평가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선전이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9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올해 들어 총 16주 동안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 1981년 교보문고 개점 이래 인문 서적으로는 처음으로 교보문고의 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영예도 안았다.
신자유주의 경제를 비판하며 ‘경제 정의'를 논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출간 20일 만에 10만 부를 돌파하며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인기에 힘입어 서점 구석 자리를 면치 못하던 인문 사회 서적 코너에도 모처럼 햇볕이 들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인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1일까지 분야별 매출을 집계한 결과 인문(사회ㆍ역사와 문화ㆍ인문) 분야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27% 늘었고 특히 이 가운데 사회 분야 매출은 50%나 급증했다.
반면 금융위기와 경제난 속에서 직장인의 필독서로 불리며 인기를 누렸던 자기계발서는 소재 고갈, 내용의 식상함 등으로 인해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가벼운 실용 서적이 퇴조하고 묵직한 내용의 인문 사회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사회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게 출판계의 분석이다.
지난 3월 입적한 법정 스님이 '말빚을 다음 생에 가지고 가지 않겠다'며 자신이 쓴 책들을 절판하라고 유언하면서 서점가에서는 법정 스님의 저서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법정 스님의 저서들이 한동안 베스트셀러를 휩쓸었으며 법정 스님이 평생 실천하고자 한 신념이자 대표작인 '무소유'는 경매에까지 나와 호가가 수십억 원까지 치솟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술국치 100주년, 광복 65주년, 한국전쟁 60주년 등 굵직굵직한 기념일이 이어지면서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인물들의 전기물 출간도 붐을 이뤘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다각도로 살펴본 책들과 SNS, 스마트폰 관련 서적들도 대거 출간됐다.
출판계는 올해 전반적인 출판 경기 불황에다 독서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납본된 도서자료를 집계해 발표한 올해 1-9월 출판통계는 출판계의 이 같은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출협에 따르면 1-9월 발행된 신간 도서는 만화를 포함해 총 3만2천273종으로 작년 동기(3만5천40종)보다 7.9% 감소했다.
총 발행 종수의 45%(1만4천556종)를 차지하는 국내 상위 100개 출판사의 신간 도서도 작년 동기보다 19% 줄었고, 번역 출판물의 신간 역시 12.4% 감소했다. 분야별로는 학습참고서와 철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 서점인 동보서적과 문우당 서점의 폐업 소식도 출판계에 충격과 씁쓸함을 안겨줬다.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대대적인 할인 공세로 중소 서점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펴낸 '2010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지난해 말 국내 서점 수는 2천846개로 2007년보다 401개가 줄었다.
반면 온라인 서점은 출판계의 극심한 불황에도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예스24는 올해 약 12%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인터파크도서는 올해 거래총액이 3천억 원으로, 작년 대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자책 단말기,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출시로 전자책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신간 도서들이 잇따라 전자책으로 출시됐다.
소설가 박범신은 4월 초 신작 장편소설 '은교'를 출간하면서 전자책을 함께 내놨으며 파울루 코엘류의 장편소설 '브리다', 은희경의 장편소설 '소년을 위로해줘' 등도 종이책 출간에 이어 전자책으로 나왔다.
10월 초 열린 세계 최대 책 잔치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최대 관심사도 디지털 출판이었다. 도서전에서는 전자책과 전자책 솔루션 등 디지털 출판물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출판 시장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토론과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콘텐츠와 저작권, 불법 복제 문제는 전자책 시장 성장의 걸림돌이 되면서 베스트셀러, 신간 등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 저작권을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하고 불법 복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느냐 등이 전자책 시장의 과제로 떠올랐다. 2010년 12월 23일 10시 45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
|
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