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사람들이 다시 사랑으로 선회할 것을 바라는 이 책은 이별이 아닌, 오히려 사랑을 말하는 책이예요.“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한귀은 교수가 펴낸 ‘이별 리뷰’(이봄, 272쪽)는 다양한 책 속 연인들의 모습, 사랑과 과정, 이별을 통해 당신의 사랑과 이별이 하나의 과정이며 그 과정을 이겨내면 새로운 사랑이 다가온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흔히 심리학자들은 이별에서 애도에 이르는 과정을 5단계로 설명한다. 실연-부정과 슬픔-분노-우울-애도가 그것이다. 한귀은 교수는 여기에다 실연의 전조, 애도 후에 다시 품는 희망을 배치하여 모두 7단계로 나눠놓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소설 속, 책 속 인물들의 심리 상태로 살펴보고 이에 대한 조언을 곁들였다. 이별의 전조로부터 시작해 이별을 완성하고 희망을 얻는 과정을 문학 속에서 찾아보고 있는 것이다.
한귀은 교수는 “이별을 한 뒤 연인으로부터 곧바로 떠날 수 없어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피하게 된다”며 “이 여행은 혼자 해야 하는 여행이지만 혼자 하기에는 벅찬 여행”이라는 것, 그래서 때로는 문학 속 장소를, 때로는 문학 속 사람들을 동반한다고 말한다.
한귀은 교수가 선택한 문학 작품은 모두 32편이다. 이별한 자의 리뷰 목록은 시와 소설, 단편과 장편, 1930년대 문학에서 2000년대 이후 최신문학까지 아우른다.
황지우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김승옥의 ‘무진기행’, 이청준의 ‘이어도’ 등 7편은 ‘이별의 전조와 실연의 정황’을 설명해 준다. 이별을 겪은 독자라면 공감할 것이고, 아직 경험하지 않은 독자라면 침이 마를 정도로 눈길이 쏠릴 것이다.
‘부정과 슬픔의 정황’은 이상의 ‘날개’, 황순원의 ‘소나기’, 김경욱의 ‘장국영이 죽었다고?’ 등 5편의 문학작품 속에서 그 흔적 또는 나와 같은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대체로 이별을 부정하는 정황은 4가지로 나뉘는데 나는 어디쯤 해당하는지 생각하며 읽을 만하다.
또 ‘분노하고 애도하라’에서는 이별을 겪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최인호의 ‘타인의 방’, 이태준의 ‘석양’,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이별한 뒤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분노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을 뛰어넘어 애도의 단계에 이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한귀은 교수는 이별의 마지막 단계인 ‘애도’ 이후에 또 하나의 사랑을 기다리는 희망을 문학 작품 속에서 찾아 준다.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 김훈의 ‘공무도하’,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강은교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4’ 등 10편이 이별을 당했거나 이별을 선택한 우리가 함께 여행해야 할 작품이다.
이 문학 작품들 속에서 우리는 ‘이별의 전조에서부터 희망에 이르는’ 주인공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장소와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보고 엿듣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나의 과거 또는 나의 미래로 녹아들게 된다.
한귀은 교수는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2009년부터 2010년까지 KBS 진주 라디오에서 ‘책 테라피’(bibliotherapy) 코너를 진행했다. 2010년 하반기에는 이별한 여자의 치유 과정을 담은 ‘애도를 위한 문학치료의 가능성과 불가능성’(한국어문학회)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영화를 통한 위로와 이해의 메시지를 담은 에세이집 ‘이토록 영화 같은 당신’(앨리스(아트박스))을 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