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신문 ▒▒▒

봉화칼럼

재정준칙에 대한 보고서②
재정은 시민의 주머니에서 흘러나오는 고정물줄기 재원이다. 투자유치나 수출증대로 나오는 재정이 사회간접자원을 늘리는 진정한 재원이다. 그러므로 국가원수나 시장을 제1호 샐러리맨이라 ......

『 묘지명에 새겨진 삶과 죽음의 이야기 』

사도세자가 잘못 행동해 백발의 아버지로 하여금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게 만들었고, 나쁜 무리들과 어울려 국가가 망할 지경에 이르게 하였다.”
영조가 자신이 죽인 사도세자(장헌세자)의 묘지명에 직접 적은 글귀다. 영조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명분을 만드는 한편 죽음의 길로 내몰려진 아들에 대한 한 맺힌 아픔과 그리움이 담겨있다.
묘지명에는 영조가 친히 내린 ‘생각하고 슬퍼한다’는 의 미를 지닌 시호 ‘사도(思悼)’를 통해 더욱 왕이 아닌 아버지로서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묻힌 이에 대한 추념이나 추도 혹은 칭송이나 찬양의 내용을 넣은 운문, 즉 시구인 소위 명(銘)을 실은 상태의 묘지를 묘지명(墓誌銘)이라 한다.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진화수)은 이러한 조선시대 대표 묘지명들을 소개하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 조선묘지명’전시를 내달 19일까지 두암실에서 열었다.
중요한 역사적 자료지만 지금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의 묘지명과 그 문화를 자세해 소개하기 위해 전시는 2부로 나눠 구성했다.
1부 ‘묘지명의 역사’에서는 묘지명의 소개를 시작으로 삼국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시대별 변천과정과 각 시대별 묘지명의 특징들을 다뤘다.
2부 ‘조선 묘지명에 담긴 사람과 이야기’에서는 크게 왕실과 사대부 가문 등 여러 계층의 묘지 모습과 그 속에 얽힌 이야기들을 다뤘다.‘왕실의 묘지’에서는 왕자와 공주 그리고 후궁에게 내려진 묘지 소개를 시작으로 격조 높은 왕가의 부장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그리고 ‘사대부 가문의 묘지’에서는 조선시대 지역 명문가에서 제작한 다양한 형태의 묘지 모습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위에서 거론됐던 영조가 아들인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직접 지은 사도세자 묘지명도? 확일할 수 있다. 또 송강 정철, 지봉 이수광 등 조선시대 대표 문인들의 묘지명들도 이번 전시에 대거 전시됐다. 이외에도 천연두에 희생된 아이를 보내는 슬픔을 담은 묘지명, 고려의 전통을 고수한 개성 사람들의 묘지명, 죽음에 앞서 자기가 손수 쓴 묘지명, 한글로 쓴 묘지명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자료들이 함께 전시됐다.
국립진주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죽은 이들을 향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 죽음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묘지명은 죽은 이의 이름·생몰년·집안 내력·주요 발자취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어 한 인물의 개인사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서 이루어진 생활, 문화, 역사 등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역사학적 자료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대부분 장방형(長方形) 석제로 된 고려시대 묘지명과 달리 조선시대에는 묘지명의 제작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분청사기, 백자 등 다양한 재질의 도자기로도 만들어지며 그 형태도 원형, 벼루형, 서책형, 그릇형 등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묘지명은 선조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영창대군, 사도세자, 한명회, 서거정, 정철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을 비롯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하급 무관, 중인, 개성의 부호, 안변과 의주의 유생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도 많이 수집되고 있다.

2011년 05월 12일 10시 42분 /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