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기름값이 서민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경차 판매가 사상 최고 실적을 달리고 있고, 난방비 인상에 따른 꽃값 상승으로 입학·졸업 시즌의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도내 주유소 평균 기름값(보통휘발유)이 리터당 2000원에 근접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16일 오후 현재 도내 주유소 일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973.82원으로, 전날보다 1.02원 올랐다. 경남지역 경유도 전날보다 1.29원 오른 1817.00원을 기록했다.
도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달 16일부터 한달째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도내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는 휘발유값이 리터당 2149원으로, 2100원을 훌쩍 넘어섰다. 고삐풀린 기름값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도내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의 2000원 돌파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창원시는 223곳의 주유소 중 36곳, 진주시는 121곳 중 10곳이 이미 2000원을 뛰어넘었다.
지난 2009년 2월 경남지역 주유소들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14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3년 만에 리터당 무려 600원이나 오른 셈이다.
난방과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는 경유도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졸업철 꽃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장미의 경매가는 품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고 60% 가량 뛴 상태다. 하지만 화훼농가는 난방비 상승 등으로 한숨을 쉬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오른 꽃값에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배달 사업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배달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오모(45·창원시 의창구) 씨는 “최근에는 기름값을 빼고 나면 순수익이 확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면서 “정부가 정유사를 압박에 잠시 기름값이 떨어지나 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국제유가가 오른 탓도 있지만 소비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휘발유값 상승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는 경차 성장세가 뚜렷하다. 16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경차는 작년 국내 시장에서 18만4899대 판매돼 대우 티코가 경차 시장의 문을 연 1992년 이후 최고 실적을 냈다.
경차는 지난달에도 1만3781대가 팔려 작년 1월보다 5.1% 증가했다. 승용차 판매가 작년 1월보다 18.2% 줄고, 소·중·대형차가 모두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 양상이다.
경차의 인기는 기름값 상승곡선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를 생산하는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차의 인기는 경차 자체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함께 연비가 뛰어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면서 “경차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했다.